“같은 여성으로 안타까움이 너무 큽니다.”
“같은 여성으로 안타까움이 너무 큽니다.”
  • 박은정
  • 승인 2007.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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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을 일구는 여성 / 이은주<염산면 이주여성도우미>
“언니 이거 먹으세요.” 염산면사무소 인터넷사랑방에서 컴퓨터로 한글을 배우고 있는 이주여성이 그를 친동생처럼 돌보는 이은주(40)씨에게 다가와 포도를 건네며 하는 말이다.

염산면사무소는 외국에서 시집와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여성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지며 올해부터 이주여성도우미를 가정에 파견해 그들의 안부를 살피고 한글을 지도하며 가족간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고 있다.

2년전부터 염산면사무소에서 가사간병도우미 일을 해오던 이 씨는 이주여성도우미로 역할을 전환해 그들을 위로하고 애로사항을 풀어주며 한가족처럼 정을 나누고 있다.

염산면에는 일본, 캄보디아, 몽골, 베트남 등의 외국에서 결혼해 온 14명의 이주여성이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

이 씨는 그중 12가정을 돌아가면서 방문하고 있다. 단계별로 정리된 한글교재를 개개인의 수준에 맞게 준비해 가 2시간 넘게 읽기 말하기 등을 지도하고 있는 그는 단순한 한글지도자로 출발했지만 이젠 친언니처럼 그들의 모든 생활을 자상히 보살피고 있어 활동의 아름다움이 배가 되고 있다.

염산 옥실리에 살고 있는 이 씨는 백수 죽사리가 고향이다. 건강이 좋지 못했던 그는 늦은 나이에 결혼해 슬하에 8살, 6살 남매를 두고 있다.

“몸도 성치 않은데다 형편도 넉넉지 않았던 저였기에 홀로 지내는 어르신을 돌볼 때나 지금 이주여성을 찾는 것 모두가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라며 안타까움을 전하는 이 씨는 “외국에서 시집와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잘사는 이들도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여성들도 있어 관심이 필요합니다"라고 이주여성들의 실태를 밝혔다.

그는 또 “처음에는 안쓰러워 하나 둘 챙겨주다 보니 요즘 들어서는 그들이 너무 많은 것을 의지해 심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이 살실이다”며 “가족들이 진심을 담은 사랑을 전달해 그들이 마음의 평온을 누릴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염산면사무소 직원들은 “본연의 업무라 책임감을 갖고 한다고는 하지만 이씨는 애정 어린 마음과 봉사정신으로 친절을 베풀고 있어 이주여성들의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이 씨를 칭찬했다.

어린나이에 낯설은 타국땅에 시집와 고통을 겪고 있는 이주여성의 진정한 동반자가 되고 있는 이은주씨. “혹시 주변에 아기용품이나 이주여성들이 입을만한 옷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라며 돌아서는 기자에게 건네는 그의 부탁이 아픔과 고마움의 엇갈림으로 가슴을 촉촉히 적셨지만 그래도 이 씨와 같은 마음 따뜻한 사람이 있어 세상은 살아볼 만한 것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