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을 일구는 여성 / 나은경<가사간병도우미>

“묘량 덕흥리에 있는 영민농원으로 향하다 왼쪽길로 내려오시면 제가 기다리고 있을게요.” 빨래감이 실어진 푸른트럭을 씩씩하게 몰고 나타난 여인 나은경(45)씨. 그를 찾아간 곳에서 마주한 낯빛이 순박하다.
지난해 7월부터 묘량면사무소에서 가사간병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나 씨는 관내 홀로지내는 어르신들을 찾아 안부를 묻고 식사, 청소 등을 돕고 있다. 그날도 그는 여름내내 어르신들이 덮었던 이불 등을 세탁하기 위해 가져가고 있었다.
법성이 고향인 그는 묘량면 영양리로 3남3녀의 큰며느리로 시집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시부모를 공양하고 형제간에 우애를 지키며 부지런히 생활해 효부상을 수상하는 등 모범이 되고 있다.
“지난해 시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고 지금은 시어머니만 모시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도 제가 이렇게 밖에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시어머니가 도와주시기 때문입니다”라며 오히려 고마움을 전하는 나 씨는 “사는 것이 그리 여유롭지는 않지만 밝게 생활하려고 노력하고 이웃과 가까이 지내며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라고 일상의 보람을 전했다.
낮에는 지역을 돌며 어르신들을 돌보고 이른 새벽이나 주말을 이용해 틈틈이 농사를 지으며 바쁘게 생활하는 그지만 마을부녀회와 묘량면생활개선회원으로 활동하며 마을과 지역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여념이 없다.
또 올 연말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계획인 묘량면여성의용소방대 대장으로도 선임돼 비장한 각오로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나 씨와 한마을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몇해전 지병으로 남편을 잃고도 시부모를 모시고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지역을 위한 봉사에 솔선수범해 앞장서며 늘 밝게 생활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며 “이런 엄마를 보고 자란 자식들도 모두 착하고 바르게 자랐으며 어른을 공경할 줄 알아 주위에 칭찬을 듣고 있다”고 그를 칭찬했다.
“저는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 작정입니다. 그래서 2년전 이곳에 아담하게 집도 지었구요”라며 생전에 남편이 운전하던 트럭에 다시 몸을 싣는 나 씨. 요즘 농촌은 젊은이들의 부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젊은 아낙을 찾기란 더더욱 힘든 실정. 그래서인지 남편이 떠난 빈자리까지 이웃사랑으로 채워가며 살아온 터를 지키는 나 씨의 정성이 더욱 돋보이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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