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아주지 않았어도 내 부모입니다”
“낳아주지 않았어도 내 부모입니다”
  • 박은정
  • 승인 2007.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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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당골 칭찬 릴레이 / 박말례 / 군남면
아침저녁으로 깊어가는 가을바람이 일상에 지친 가슴을 허하게 하지만 추석을 앞둔 분주함이 마음을 다잡는다. 곡식이 무르익으며 풍요로움이 넘실되는 들녘을 지나 도착한 군남면 반안리1구.

“어쩐 일이신가요.” 길을 안내해 주기위해 찾아간 이웃과 불쑥 나타난 기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박말례(70)씨. 곡간으로 보이는 곳에서 곱게 빻은 고춧가루를 봉지 봉지에 담던 그의 의아함은 잠시뿐, 다시 바쁜 일손을 잇는 모습이 친근함으로 다가선다.

“아이고 허리야~ 아퍼 죽겠네~.” 유난히 깔끔함이 묻어나는 아담한 집안에서 들리는 고함소리. 목소리의 주인공은 93세된 박 씨의 시어머니로 워낙 연로한데다가 치매를 앓고 있어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직접 지은 농산물을 서울에 사는 큰딸의 소개로 팔고 있는 그는 주문받은 고춧가루를 챙기는 중이었고 그가 보이지 않자 방에선 그를 찾는 시어머니의 외침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

백수 죽사리가 고향인 그는 23살에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그의 남편은 2남3녀의 장남이었지만 딸 넷을 두고 아들이 없던 큰집으로 양자를 갔다.

그토록 애달게 박 씨를 찾던 노모는 엄격히 따지면 친시어머니가 아니고 남편의 큰집 어머니인 셈이다.

62세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슬하에 2남2녀를 모두 출가시킨 박 씨는 그렇게 양시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벼농사와 고추농사를 홀로 지으며 생활하던 그는 몸과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시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논은 임대해 주고 소량의 밭에 고추와 콩을 심어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를 안타깝게 여기는 마을 주민들은 “마을에 잔치라도 있으면 시어머니를 드리기 위해 음식을 챙겨가고 늘 시어머니를 걱정하는 모습은 마음착한 효부로 주변에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며 “친시어머니도 대·소변을 못 가리고 누워 있으면 모시기가 힘들 텐데 남편이 양자간 시어머니를 지극히 돌보는 박 씨는 마음이 고운 사람으로 소문이 자자하다”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그래도 어머니가 살아계셔서 마음이 든든하고 의지가 많이 되고 있다”며 “나도 이제 나이가 들다보니 몸도 아프고 힘이 부쳐 시어머니 돌보기가 쉽지 않지만 자식이 부모 돌보는 일은 당연한 일이고 돌아가실 때까지 맛있는 것 해드리며 곁을 지키고 싶다”고 바램을 전하는 박 씨.

비록 남편을 낳아주지 않은 시어머니지만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로 알고 정성을 다해 공양하는 그의 효성 넘치는 마음은 명절을 앞둔 우리들에게 뉘우침의 교훈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