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탐방 104 / 길용2구경로당<백수>

“어르신들의 집이 멀리 떨어져 있어 제가 가서 직접 모시고 올게요”라며 일부 어르신들을 차에서 내려놓으며 다시 갈 길을 재촉하는 마을이장의 아내 정영숙씨. 마을에서 가장 막둥이라는 그의 살가운 애교가 든든하게 전해지는 이곳 길용2구경로당(회장 신동훈 사진)은 지난 3년전 건립돼 어르신들의 안락한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널찍한 거실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방이, 위쪽으로 주방과 화장실이 짜임새 있게 위치한 이곳은 올봄 마을 이장이 선물해 줬다는 노래방에서나 볼 수 있는 최신식 노래방기계가 위풍당당하게 자태를 뽐내며 눈길을 끌고 있다.
“냉장고 TV 모두 희사로 받은 것이여”라며 주변의 관심을 자랑하는 이곳은 어르신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외지자녀, 향우 등의 도움으로 살림을 장만하며 운영을 보태고 있다.
여러개의 자연마을이 행정리를 형성한 길용2구는 경로당을 중심으로 2km에서 4km까지 마을이 뚝뚝 떨어져 있어 어르신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기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용2구경로당은 마을에 애·경사가 있거나 농한기인 겨울철에는 틈나는 대로 얼굴을 마주하며 이웃간의 돈독한 정을 쌓아가고 있다.
이곳의 어르신들은 대부분 연로한 탓에 많은 양의 농사를 짓지는 못하지만 벼 고추 콩 등의 농작물을 재배하며 알뜰살뜰 황혼을 의지하고 있다. 또 영산성지가 자리한 터답게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원불교를 믿으며 마음에 위안을 삼고 있었다.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신동훈 어르신은 “원불교 성지가 자리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혜택이 적은 편이고 오히려 혹시나 하는 기대에서 오는 서운함이 소외를 크게 느끼게 한다”며 “산중에 마을이 위치해 부족함이야 많지만 주민간에 위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불화없이 화합하고 있다”고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바라고 욕심을 부린다면 한도 끝도 없지. 그래도 안마기와 같은 의료기와 간단한 운동기구라도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그리 크지 않은 요구를 내비치는 어르신들. “올 추석에도 경로당에 모여 윷놀이라도 한판 해야제”라며 명절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이곳 어르신들은 큰 바램보다는 작지만 꼭 필요한 배려를 기다리며 자리를 일어났다. 멀리 떨어져 있는 집까지 다시 태워다줄 이장의 아낙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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