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인의 난( 蘭)과의 만남 53 - 난의 예(藝)와 분류

난은 향기가 많은 중국난을 으뜸으로 알아왔으나 이제 세월이 변해 잎의 모양이나 나타난 무늬, 꽃의 색깔과 생김새 등의 여러가지를 종합해 원예적, 예술적 가치를 정하고 있다.
난에서의 예(藝)의 의미를 풀어본다면 원예적 가치가 있는 품종일 경우에 한해서 예를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각각의 원예적 가치를 가진 품종 이를테면 소심, 복륜, 주금화 등은 각기 일예(一藝)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품종들이 한개체에 두가지가 함께 나타나면 이예품(二藝品)이 된다.
그러나 복륜이나 호반에서 그 꽃에 같은 무늬가 나타났다 하여 꽃과 잎의 무늬를 합쳐 이예라 하지는 않는다.
이는 꽃에 나타나는 무늬는 잎에 나타나는 무늬와 같은 발현이기 때문이다. 또 예를 추가하면서 그 수에 따라 삼예품이라 할 수 있지만 사실 삼예품을 찾기도 힘들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다예품이라 부른다. 지상 명명품인 태극선은 화판 가장자리로 녹을 걸치며 피는 호화로서 일예를, 또한 주금색이 호에 첨가돼 이예품이 되는 복색화이다.
이처럼 난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무늬인 녹색과 백색 그리고 계란색을 제외한 다른 무늬의 꽃을 우리는 색화라 하며, 적색과 황색, 핑크색 등의 화려한 색깔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물론 이들이 합해서 하나의 꽃에 나타나는 다예품이 관상가치가 뛰어나고 원예적인 가치도 높게 평가되는 것이다.
예의 개념은 난을 보는 새로운 관점으로 감식안을 높이고 난의 격에 맞는 우열을 세울 수 있어 유용한 용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원예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품종의 난에 한해서 부여할 수 있는 것이지 난에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이라 할 수 있는 서(曙)나 산반화를 피우지 못하는 산반의 경우는 예를 부여하지 못한다.
또한 난이 자라면서 잎에서 변화를 보이는데, 이러한 변화 과정에 있는 모든 현상을 합쳐 몇 예니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한국 춘란 원예화의 단계는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사실 위에서 개발의 방향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는 오랜 재배 경험이 필요하고 감식안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난계가 희귀한 품종을 찾는데만 관심이 치우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품종도 좋지만 우수한 품종을 찾고 배양에 노력하고 증식에 힘써야 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또한 원예적 가치를 지니는 원예 품종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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