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합니까”
“더불어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합니까”
  • 박은정
  • 승인 2007.10.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광을 일구는 여성 / 정영임<불갑면부녀회장>
곡식 여문 들녘이 시샘하는 가을비에 제 몸을 움츠리고 있다. 불갑면 소재지가 위치한 안맹리 맹자마을. 검은 기와지붕 아래 나지막한 돌담에 둘러쌓인 집에서 만난 정영임(65)씨. 들어서는 입구의 잔디와 아담하게 꾸며진 화단이 주인장을 닮아 있다.

자그마한 체구에 수수한 인상이 평범한 어머니의 모습 그대로인 정 씨. 그는 불갑면 15개리 부녀회장들을 대표하는 면 부녀회장을 2년째 맡고 있다.

10여년간 마을부녀회장을 맡고 있으며 면 부회장을 거쳐 회장이 된 그는 영광군새마을부녀회 부회장도 현재 역임중이다.

부녀회는 예나 지금이나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고 있다. 약방의 감초처럼 어느 마을에서나 부녀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로 그 역할과 몫이 큰 것.

이런 부녀회의 리더를 맡고 있는 정 씨는 살고 있는 마을은 물론이고 면, 군에까지 그가 필요로 하는 곳에는 언제든지 달려가 매사 모범을 보이고 있으며 남녀노소 누구와도 격이 없이 원활하게 지내고 있다.

불갑면 순용리 용산마을이 고향인 정 씨는 20대 초반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그리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슬하에 3남1녀를 두고 화목하게 살아온 그는 42세에 직장암으로 남편과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중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의 자녀들을 남긴채 남편은 다시 못 올 길을 그렇게 떠나고 말았다.

“자식들을 길러야한다는 신념뿐 아무생각도 없었습니다”라며 눈물로 홀로 남겨졌던 세월을 훔쳐내는 정 씨. 그 또한 10여년전 유방암수술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병마와 싸워 이기고 자녀들을 키워 모두 출가시키며 모진 세상을 굳세게 살아왔다.

“회원들과 더불어 이렇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저는 행복합니다”라며 다가올 추곡수매장에서 1년동안 고생한 농민들을 대접하기 위한 음식에 사용될 늙은 호박을 챙기는 정 씨는 부녀회 활동 말고도 불갑면농악대와 영광국악협회에서 활동하며 틈틈이 여가를 즐기고 있다.

영광농협 불갑지소 강경구 차장은 “세상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라보며 매사 솔선수범하고 어르신들을 잘 대접하는 모습이 주변에 귀감이 되고 있다”고 정 씨를 칭찬했다.

자녀들이 모두 출가한 터라 정 씨 홀로 집을 지키고 있지만 그의 집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행사가 있을 때는 회원들이 모여 음식을 장만하는 등 마을에 특별한 일이라도 있으면 자리를 흔쾌히 빌려주며 웃음과 화합이 넘쳐나는‘사랑방’이 되고 있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어르신들 여행이라도 보내 드려야겠다”고 효도관광 계획을 밝히는 정 씨. 그는 황혼초입에 서있지만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하며 연륜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노익장을 당당하게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