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업체탐방 190 / 염산 염전
하루종일 태양이 볶고 바람이 달랜 검정 소금판 위에 눈처럼 내린 하얀 소금배미가 예쁘다. 그러나 염부는 소금을 모으고 외발수레에 실어 저장고로 옮기기 위해 기진맥진이다. 붉은 석양이 하루일손을 마감할 무렵, 염전은 며칠간 제 몸을 말린 하얀 소금을 거두느라 염부들의 움직임이 고단하다. 염산면 송암1구 입동마을, 군염전으로 불리는 곳을 임대해 소금을 생산하고 있는 이현재씨도 소금생산의 끝자락에서 작업이 한창이다. 설 명절이 지나면서 바로 시작되는 염전일은 일조량이 길고 바람이 적당한 4~5월에 가장 생산이 많이 되며 6~7월 여름 장마철이 지난 8월부터 10월말까지 한해 생산이 마무리 된다. 이렇게 수확된 염산지역의 소금은 김장염 장염 보관용 식염 등으로 전국 각지의 소비자들이 애용하고 있다.
예전 어느 가정에서나 그러했듯 형제가 많은 속에서 태어난 이 씨는 ‘식솔이라도 던다’는 부모의 생각으로 초등학교를 마치고 남원의 친척집으로 더부살이를 떠났다. 그곳에서 기술을 배워 시계수리공으로 일하던 그는 20대 초반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가정을 꾸리고 1남1녀를 두고 생활했다. 그러던 중 집안 동생의 간곡한 부탁으로 사업자금을 대신 빌려주고 다시 돌려받지 못하며 그는 빚에 시달리게 됐고 그를 청산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염전이다.
믿고 찾을 수 있는 깨끗한 소금생산
2정5반(약 7,000평)에서 소금을 생산하고 있는 이 씨는 일반적인 상인들과 거래를 하지 않고 수년째 이 씨의 소금만을 판매하고 있는 고정거래처와 그가 다니는 교회의 신도들을 통해 직거래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15년째 염전을 운영하고 있는 이 씨는 초창기에는 토판에서 소금을 생산했지만 옹기, 타일바닥을 거쳐 현재는 소금이 다량생산 되고 설치가 편리해 인건비가 적게 드는 장점이 있는 고무장판을 이용해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하얀 소금, 그것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과 햇볕 그리고 염부들의 땀방울이다. 염부는 저수지에 가두었던 바닷물을 갯벌을 다져 만든 염전 위로 끌어와 태양에 말린다. 조금 더 짜진 소금물을 무릎 높이의 낮은 슬레이트 지붕의 해주(함수조)에 보관했다가 다시 염전으로 꺼내 말리기를 수차례, 20여일이 지난 마지막 고무장판이 깔린 채렴장에서 대파(소금물을 미는 고무래)질을 통해 눈부시도록 새하얀 소금결정을 빚어내는 것이다.
소금을 쌓아놓고 간수가 빠지기를 기다리는 곳이 나무로 지은 소금창고다. 천장을 닿을 듯 가득 찬 소금이 이 씨의 그간 노고를 말해주고 있지만 그는 수확의 기쁨으로 마냥 흐뭇하기만 하다.
천연미네랄 풍부한 염산소금 최고!
이 씨는 “전남지역에서 생산되는 갯벌 천일염은 고품질 소금으로 우리 몸에 가장 적합하며 산화가 적고 천연미네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특히 우리 전통식품 고유의 맛과 풍미를 유지시켜 주고 있어 소비자들이 최고로 선호하고 있다”고 생산된 소금에 대한 자부심을 밝혔다.
그는 또 “이처럼 염산을 비롯한 전남에서 생산된 소금은 국민들이 꾸준히 선호해 왔지만 지금까지 불합리한 규제로 인해 많은 불이익을 받아 왔다”며 “게다가 전남은 전국 천일염 생산량의 85%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도내 염전이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전통적인 노동집약적 생산구조와 인력난 등으로 수입개방 이후 계속 경쟁력이 악화돼 왔다”고 어려움을 덧붙였다.
‘도깨비가 다른 것은 다 따라해도 염전일은 못따라 한다’는 말처럼 일이 한참일 땐 밤낮이 따로 없고 날씨에 따라 일거리가 변화무쌍한 염전 일을 이 씨는 부부 단둘이서 해내고 있으며 거기에 5,000여평의 농사일과 마을이장 일까지 해내며 1인3역을 해내고 있다.
“꾸준히 믿고 찾아주는 고객을 위해 양질의 소금생산에 주력하겠다”고 각오를 내비치는 그의 성실함은 넓은 염전처럼 넓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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