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이 뭐가 중요해 우리가 지내기 편하면 그만이제”
“겉모습이 뭐가 중요해 우리가 지내기 편하면 그만이제”
  • 영광21
  • 승인 2007.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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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탐방 107 / 주교경로당 <대마면>
마을을 들어서는 길가에 한들한들 늘어선 코스모스가 가을의 정취를 흠뻑 안겨준다. 누렇게 익은 들녘을 오가는 콤바인의 힘찬 움직임이 어르신들만 남아 고요했던 농촌의 정적을 일깨우고 있는 대마면 홍교리1구 주교마을.

막바지 농번기의 바쁜 일손을 멈추고 두런두런 어르신들이 모인 주교경로당(회장 조행근).

지난 추석명절 어르신들을 위문하기 위해 외부에서 보내온 듯한 사과와 배를 오후 참으로 나눠먹는 어르신들의 표정이 평화롭고 안정적이다.

다른 마을의 경로당과 다르게 하얀색 조립식으로 지어진 이곳 경로당은 색다른 느낌으로 눈길을 머물게 했다.

외관만 조립식이지 내부구조는 상하로 방이 나란히 놓여있고 한쪽 끝에 주방과 화장실이 자리해 어르신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지금 경로당은 70년대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무렵, 논이었던 자리를 마을 주민들이 직접 모래와 흙을 나르며 개간해 부지를 마련했고 오래전 이 터에 경로당을 지었지만 건물이 낡고 허름해져 3년전 조립식으로 건물을 바꿨다”고 경로당의 유래를 밝히는 회장을 맡고 있는 조행근(82) 어르신은 “지난 9월 마을회관이 새롭게 준공됐지만 아직 경로당으로 이전신고가 되지 않았고 이곳이 정이 들어 모두들 이사할 생각을 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 홍교리1구는 주교 월평 부곡 시등 4개의 자연마을이 모여 있으며 30여가구에 60여명의 주민이 서로간의 정을 나누고 있다.

그중 남녀 20여명의 어르신이 경로당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느 마을이나 그러하듯 이곳도 꼭 경로당 회원이 아니더라도 농한기 겨울에는 주민전체가 모여 점심과 정담을 나누며 겨울의 여가를 의지하고 있다.

전북 고창 대산과 경계를 이룬 곳에 위치한 이곳 어르신들은 수도작 중심의 농사와 수박 고추 무 배추 등의 밭작물을 재배해 노년의 생활을 잇고 있다.

“우리 마을은 이장이 여성이라 매사 적극적이고 꼼꼼하게 마을을 챙겨나가 노인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며 마을이장에 대한 고마움을 내비치는 어르신들은 “겨울이면 한달에 20일 이상을 이곳에 모여 지내지만 서로가 식량과 반찬을 보태고 작은 것이라도 나눌 것이 있으면 서로 가져와 큰 어려움없이 지내고 있다”고 주민간에 화합하는 분위기를 자랑했다.

“마을회관이 새로 지어졌응게 그곳으로 이사를 가야되겄는디 이곳이 겨울에 기름도 많이 안들고 아늑해서 어쩔란가 모르겄네”라며 정든터에 대한 애뜻한 마음을 밝히는 어르신들은 가을수확이 끝나면 마을회의를 열어 경로당 이전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