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소일거리도 되고 용돈도 벌 수 있응게 고마운 곳이제”
“바다는 소일거리도 되고 용돈도 벌 수 있응게 고마운 곳이제”
  • 박은정
  • 승인 2007.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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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탐방 108 / 창우경로당<염산>
누런 황금들녘이 농부들의 부지런한 손길로 하나 둘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 추수한 벼를 말리는 허리 굽은 어머니의 몸짓이 짠하게 다가오는 오후, 염산면 소재지에서 백바위해수욕장을 지나 도착한 두우리3구 창우경로당(회장 김규환). 바다 넘어 백수가 보이는 이곳은 염산에서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끝 마을로 바다에 둘러쌓여 있다.

사각으로 지어진 이곳 경로당은 지난 2004년 KBS 6시내고향 프로그램에서 주변 환경이 아름답고 마을 분위기가 좋은 산간 농·어촌을 대상으로 전국을 돌며 지어준 건물이 이색적이면서도 아름다웠다.

주변경치를 어르신들이 앉아서도 편하게 내려다 볼 수 있는 넓은 창으로 꾸며진 방, 어르신들의 건강을 염려한 벽화로 장식된 아담한 안마실, 주방, 다용도실 등이 전문가의 손길이 그대로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30여 가구에 80여명의 주민이 생활하는 이곳은 벼농사와 고추농사 등을 주로 짓고 있으며 바다 가까운 어촌답게 어업이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소득을 올리고 있다.

젊은 시절, 바다와 한판 겨루기를 하며 바다사나이로 지내던 이곳의 남자 어르신들은 지금은 연로해 무리한 어업에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바다 일을 조금씩 거들고 있었고 여자어르신들은 인근 갯벌에서 조개 백합 석화 등을 채취하며 생활하고 있다.

“저희 마을 어르신들은 쉴 틈이 없으십니다. 봄과 여름에는 농사를 짓느라 바쁘고 겨울에는 굴을 따러 다니시느라 바쁘시니까요”라며 어르신들의 일상을 밝히는 마을이장을 맡고 있는 김구희 이장은 “지난해까지는 이곳이 마을회관으로 등록돼 유류지원이 안돼 겨울철 농한기에 자주 모이시지 못했는데 올해부터는 경로당으로 용도가 변경돼 기름이 지원돼 어르신들이 편하게 모여 놀 수 있어 다행입니다”라며 “다른 마을에 비해 어르신들이 바다 일을 할 수 있어 용돈은 벌어 쓰지만 그다지 여유로운 것은 아닌만큼 주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라고 관심을 당부했다.

창우경로당은 특별히 마을자금을 걷고 있지 않는 대신 오래전 조상들이 겨울철 굴을 채취하기 위해 바다에 던져놓은 자칭 ‘마을공동바위’에서 굴을 채취하면 일정 채취량에서 얻어진 소득금 일부분을 마을자금으로 자진해 내놓아 마을운영비에 보태고 있다.

농촌마을에 마을 공동경작논이 있듯이 이곳은 어촌답게 바다에서 공동자금을 마련하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경로당이 지어진 3년전부터 매년 어버이날이면 어르신들과 주민이 모여 한바탕 잔치를 연다는 창우마을. 따뜻한 정담을 나누는 어르신들의 미소가 오래오래 이어지길 희망하며 조금 멀었던 길을 되돌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