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를 것 없이 남들처럼 살았습니다”
“별다를 것 없이 남들처럼 살았습니다”
  • 박은정
  • 승인 2007.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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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당골칭찬릴레이 / 이해숙 / 불갑면
커다란 덩치의 콤바인이 들녘을 누비며 곡식을 수확하던 논이 이제 겨울을 맞을 채비로 텅 비어 있다.

“남들도 다 똑같이 살고 별다를 것이 없다”며 연신 취재를 위해 찾아온 기자에게 부끄러움을 내비치는 이해숙(54)씨.

불갑면 쌍운리 해복마을에 살고 있는 그는 77년 군남에서 시집와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이 씨는 3형제 중 둘째며느리였지만 남편이 농촌에 터를 잡은 터라 시부모가 돌아가실 때까지 가까이에서 모시며 살았다.

그의 집은 불갑면소재지 불갑초등학교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지금은 학생수의 감소로 전교생이 50여명에 불과하지만 학생이 900여명에 달하던 시절 이 씨는 농사를 지으며 문구점을 10여년간 운영하기도 했다.

그의 남편 또한 지금은 건강이 좋지 않아 일을 그만뒀지만 오랜 세월 원자력발전소에서 노동일을 하며 자식뒷바라지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런 부모의 근면성실함을 보고 자라서 일까. 이 씨의 1남2녀의 자녀들은 큰딸은 유치원 교사를 지내다 결혼했고 둘째딸은 초등학교 교사로, 막내아들은 교대졸업후 교사임용고시를 준비하며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어 주위에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일만할 줄 알았지 아이들이 광주에서 학교를 다닐때 제대로 찾아보지도 못했습니다”라며 충분한 뒷바라지를 해주지 못한 미안함을 살짝 내비치는 이 씨는 “아이들에게 많은 신경을 쓰지는 못했지만 우선 아이들을 믿었고 솔직한 대화와 정직함을 보여주며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게 했다”고 그간의 과정을 밝혔다.

이 씨 부부는 요즘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유별난 엄마들의 과잉보호와는 비교될 수도 비교할 수도 없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가르침을 전달하며 자식을 바른길로 인도했던 것이다.

이 씨는 앞만 보고 묵묵히 다른 이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길은 걸어왔지만 이일 저일을 겪고 사는 인생살이에서 가장 큰 보람이 자식농사를 잘 짓는 것인 것처럼 반듯하게 잘 자라 사회에 필요한 사람으로 바르게 살아가는 자식이 안겨준 수확이 기쁨이 되고 있다.

그는 또 2년전부터 주민들의 추천으로 마을이장을 맡고 있다. 57가구 140여명의 대표로서도 맡은바 책임을 다하고 있는 이 씨는 여성특유의 섬세함으로 행정과 주민의 가교역할에 소홀함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어 더욱 칭송을 듣고 있다.

“제가 마을일 무엇을 할 줄 알았겠습니까. 주민들이 믿고 따라주는 협조와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지요”라며 감사함을 전하는 이 씨는 쉽지 않는 인생, 간단치 않은 인간관계, 호락호락 하지 않는 세상살이를 이겨내며 변함없는 오늘 그리고 내일을 약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