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탐방 114-구사경로당 <홍농>

차가운 겨울바람을 딛고 이제 막 흙속을 헤짚고 나오는 여린 보리 잎들이 그나마 쓸쓸한 농촌의 벗이 되고 있는 홍농읍 단덕3리 구사마을.
마을의 규모가 다른 마을에 비해 조금은 크게 보이는 이곳에 위치한 구사경로당(회장 설권수)에도 서서히 농한기의 여유가 깃들고 있다. 구사경로당은 홍농읍 택시부에서 우측 큰길을 따라가다 보면 길가 옆에 위치해 있다.
10여년전에 지어진 이곳은 여느 경로당처럼 농한기 겨울철이면 모여 점심식사도 하고 장구, 장기 등의 놀이를 즐기면서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로당 운영비는 정부에서 지원되는 자금과 마을주민들이 많은 돈은 아니지만 조금씩 비용을 보태고 성심성의껏 경로당운영에 필요한 물품이나 식량 등을 희사해 경로당 운영을 보태고 있다.
“우리마을은 다른 마을과는 달리 공기 좋고 인심 좋기로 소문난 마을이다”고 연신 마을자랑을 늘어놓는 경로당 회장인 설권수(77)어르신은 “지금은 이렇게 서로 도우면서 농사를 짓고 살고 있지만 앞으로는 마을에 젊은이들이 없고 노인들만 있어 농사는 물론이고 마을자체도 유지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며 현실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는 또 우리 마을 경로당은 다른 마을보다 먼저 경로당이 지어져 인근마을 노인들의 왕래가 많았는데 경로당이 지어져 사람이 더 귀해졌다”며“먼저 선·후배들께서 잘 지켜온 이웃간의 정을 더욱 돈독히해 주민들간의 화합과 우의를 깊이 다져나가겠다”고 약속을 덧붙였다.
마을의 온갖 궂은일에 내일처럼 정성을 다해 앞장서며 마을을 이끌어 가고 있는 박성구 이장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제대로 해드린 것이 없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러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기위해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서서히 준비해 내년부터라도 효도관광이나 마을잔치를 열어 그동안 못해드렸던 효도를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겨울철 이렇게 먹고 놀아야지 내년에 또 농사를 짓고 살제잉”라며 인자하고 자상한 미소를 잃지 않는 이곳 구사경로당 어르신들은 “겨울철 경로당에 모여 노는 것은 큰 걱정이 없지만 우리 노인들의 몸을 단련할 수 있는 운동기구라도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라고 바램을 전하며 저물어 가는 한해의 마지막을 정리하고 내년 풍년농사를 기원하며 농한기의 여유로 노년을 따뜻하게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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