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고 3학년 김 혁
아침 해가 눈을 뜨기도 전 7시. 버스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며 태안반도로 향했다. 우리가 배정된 곳은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구름포 해수욕장이었다. 기름으로 뒤덮여 제대로 숨을 쉬지도, 푸른빛을 내지도 못한다는 태안반도. 자원봉사를 떠나는 뿌듯한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하늘은 파랬고 쾌청한 날씨였다. 차 속에서 고창을 지나고 충청도에 이르자 전국에서 몰려드는 버스차량으로 인해 톨게이트가 몹시 붐볐다. 저 멀리 차창 밖으로 바다가 보였다. 구름포 해수욕장. 형형색색 방제복을 입고 아침 일찍부터 봉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작게나마 보였다.
버스가 바다 모퉁이를 돌자 어디선가 코끝을 찌르는 쾌쾌한 냄새가 났다. 다름 아닌 기름 냄새였다. ‘아니, 기름 냄새가 여기까지 난다는 말인가?’ 완벽히 복장을 갖추고 집에서 가져온 낡은 옷, 천 등을 들고 해수욕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또다시 코끝에 찡하게 울려 퍼지는 기름 냄새. 백사장에 기름 때문에 죽어있는 불가사리를 보았다. 바다 생태계의 현재 상황이 어떠할지 짐작이 갔다. 가슴이 찡했다. 덕지덕지 바위 위에 달라붙은 기름때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한참 몰두해서 갯바위를 닦고 있었는데 “모두 나가랍니다. 물이 점점 차오른다고 모두 나가랍니다.” 순간 발걸음을 멈칫했다. 벌써 끝내긴 아쉬웠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모래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대로 나갈 순 없었다.
일행 모두는 자갈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찰싹찰싹거리는 바닷물에 부딪치는 자갈에도 기름이 가득이었다. 천이나 흡착포가 기름때 가득하도록 본래의 색깔의 잃어버리도록 닦고 또 닦았다. 점점 시간이 흘러가고 바닷물 수위가 차올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발등 위로 물이 차오를 때면 뒤로 물러서며 또 닦았다.
모두가 누구 하나 불평 한 마디 없이 같은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보며 함께 온 우리 학교 학생들이 더욱 빛나 보였다.
봉사 온 어느 누구도 가져온 물건들을 휙 던지고 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포대에 쓰레기를 담아 모아진 곳에 가지런히 버리는 정성도 보여 줬다. ‘바다는 이런 모습에서 위로 받고 인간을 용서하며 스스로 회복해 가는 데 힘을 내지 않을까?’
차마 떠나기 아쉬운 발길을 뒤로하며 우리 소망이 바다에 잘 전달되기를 기원하며 깜깜한 서해안을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발길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뿐하고 가슴은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함으로 가득 채워온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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