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친지들의 따뜻한 격려로 고향생각 참을 수 있어요”
“남편과 친지들의 따뜻한 격려로 고향생각 참을 수 있어요”
  • 박은정
  • 승인 2008.02.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주여성의 설맞이
“한국 설은 너무 엄숙해요” 한국에 시집온 이주여성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모든 것이 낯설은 타국에서 맞이하는 설. 어렵고 힘들 수 밖에….

지난해 4월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속다비(24)씨는 결혼해 처음 설을 맞이한다.
“캄보디아도 4월14일 한국의 설날 같은 날이 있어요”라며 수줍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는 그는 한국으로 시집온 지 9개월밖에 안된 새댁이었지만 우리나라 말을 잘 알아들었다.
염산면 봉남5구 봉전마을에서 시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속다비씨는 출산을 며칠 안남겨 두고 있었지만 건강한 모습이었다.

좋아하는 음식은 ‘감자탕’
그의 남편인 김성연씨는 3남2녀 중 큰아들로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몸을 다쳐 지난 1999년 귀향해 농사를 지으며 소를 사육하고 있다.

“아내가 생각보다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고 부모님하고도 잘 지내며 밝게 생활해 고마울 따름이지요”라며 기특한 마음을 밝히는 남편 김 씨는 “더운 나라에 살다가 와 처음 맞는 겨울을 어떻게 견딜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저보다 추위도 잘 이기며 씩씩하게 생활해 마음이 놓인다”고 전했다.

그는 “아내는 한국음식 중에 감자탕을 가장 좋아한다”며 “결혼 후 바로 임신해 고향 과일인 망고가 먹고 싶다고 하는데 구해다 주지 못한 것이 지금도 마음에 걸리지만 다행이도 한국음식을 잘 먹고 이제는 한국 요리도 척척해낸다”고 살짝 아내를 자랑했다.

염산면에서는 지난해 2월부터 특수시책으로 주 1~2회 도우미를 파견, 지역문화이해와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맞춤형 우리말교육을 실시하며 사회적응을 돕고 있다. 속다비씨도 이주여성도우미로부터 매주 한글과 우리나라 문화 등을 배우고 있다.

때마침 그의 가정을 방문한 이은주 도우미는 “속다비씨는 한글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성격이 차분한 속다비씨는 손재주가 좋아 요리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며 스스로 알아서 과제도 잘 해놓는 모범생이다”며 “시부모와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한국생활을 안정적으로 정착해 나가는 모습은 주변 이주여성들에게 훌륭한 모델이 되며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가정의 화목함을 설명했다.
“장모가 저 보다 한 살 더 많습니다”
“캄보디아는 결혼적령기가 빨라 17~18세면 결혼을 하는 탓에 19년 연하인 아내의 부모와 제가 한살밖에 차이가 안난다”며 멋쩍은 웃음을 보이는 김 씨는 “아이는 셋 정도 낳고 싶고 아직은 형편이 그리 여의치 못해 처가를 찾아가지 못하고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기회를 만들어 캄보디아를 다녀올 계획이며 형편이 어려운 처가를 도우며 살고 싶다”고 말하며 아내를 평생 사랑하며 살 것을 약속했다.

이들을 만나고 있는 거실 한켠에서 보호를 받으며 새롭게 싹을 틔운 고추종자처럼 속다비씨 부부는 서로가 하나 돼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지만 ‘행복’이라는 열매를 주렁주렁 열게 하기 위해 마음과 마음을 이으며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고 있다.

부대끼며 사는 삶이 만만치 않을지라도 굳게 서로 사랑하고 의지할 것을 약속하면서….
“신랑이 좋아요”라는 질문에 “예”라고 짧게 대답하는 속다비씨는 얼굴가득 평화가 넘치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