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을 둔 학부모님께 드리는 글
고3을 둔 학부모님께 드리는 글
  • 영광21
  • 승인 2002.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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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님 안녕하세요. 드디어 수능시험이 끝났습니다. 고3 학생을 둔 학부모님도 입시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자녀 못지 않게 고통과 불면의 나날을 보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수능 통과가 무엇을 의미할까요. 좋은 성적과 대학입시, 폭넓은 독서와 여행, 삶의 체험, 자유와 해방만이 우리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험에 의하면 수능시험을 치른 많은 학생들이 가치관의 혼란과 갈등 속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아왔습니다.

그래서 고3을 둔 학부모님께 수능이후에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를 그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배운 경험을 통하여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자녀들에게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줘야겠습니다. 21세기의 특징은 평생학습 사회라는 점입니다. 삶을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공부를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평생 배워야만 합니다.

결국 우리의 학생이 21세기를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학습하는 능력, 특히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여야 합니다. 전문화된 지식을 학교에서 다 가르칠 수는 없으며, 입시 때문에 접어둔 많은 것들을 스스로 탐구하고 활용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해 주십시오.

다음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키웁시다. 미래사회는 정보지식 사회와 다양한 가치가 서로 공존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로 인해 어느 때보다도 주체성이 요구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가치혼란에 빠지지 않고 통신․과학기술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생각하는 능력입니다. 생각하기 싫어하고, 생각하는 버릇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미래를 지혜롭게 살아가기 힘들 것입니다.

끝으로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키웁시다. 신세대들을 이기적이고 서로 나눔이 없고 교류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부모 세대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신뢰, 협동, 희생, 봉사 등과 같은 의식이 희박하다고 합니다. 인간은 결코 혼자 살 수 없습니다. 남과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더불어 사는 사람은 어떤 조직 안에서 자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면서도 신의를 지키며 협동할 줄 알며 이해하고, 존중하고, 서로 아낄 줄 아는 사람입니다. 우리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흔히 교육에서 건강하고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이고 도덕적인 사람으로 교육한다고 말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선생님부터 건강하고 자주적이고 창의적이고 도덕적이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가정에서도 부모가 솔선수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사회에서는 학생들에게 일방적인 가치관(성적 제일주의, 출세주의 등)을 주입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데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학부모님께서도 수능시험 이후의 널널한 시간을 이용하여 여행과 대화를 통해 자녀를 이해하고 세상을 넓게 보는 눈을 길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더욱 건강하시길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한 종 원 (영광고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