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는 우정 나누며 희망 만들어 나가자”
“변함없는 우정 나누며 희망 만들어 나가자”
  • 영광21
  • 승인 2008.02.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단체탐방 - 연실형제계
겨울 끝자락에 선 요즘은 비가 오다 눈이 오다 일기가 고르지 못하다. 어찌됐건 겨울잠을 자던 땅속에서는 새봄을 기다리며 기지개를 펴는 움직임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이를 시샘하는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저녁시간 찾아간 일명 먹자골목으로 불리는 영광읍 식당에는 어르신들의 조촐한 모임이 무르익고 있다.

정 깊은 술잔이 오간 듯 살짝 발그레진 얼굴이 더욱 인자해 보이는 이들은 각 읍면에서 모인 연실형제계(회장 박균원) 회원들.

“우린 피를 나눈 친형제는 아니지만 친형제보다 더 가까운 정을 나누며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라며 모임을 소개하는 회원들은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웃간 또는 선·후배간에 가족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라며 “회원간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발벗고 나서는 회원들이 있기에 아직 세상은 살아갈만한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영광을 대표하는 명산인 불갑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의 이름을 붙여 연실형제계”라고 부르게 됐다는 이 모임은 22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회원 수를 따라 매월 22일 정기모임을 가지며 우의를 다짐하고 있다.

높고 깊은 우정을 간직하자는 의미로 붙여진 모임 이름이나 회원 수에 맞춘 모임일자 모두에서 회원들의 강한 애착심이 느껴지는 연실형제계는 10여년째 변함없는 만남을 갖고 있는 것.

집안의 맏형과 막내에 이르는 것처럼 50~60대까지의 회원들로 구성된 이들은 부모상이나 자녀의 결혼 등 각 가정에서 일어나는 애·경사를 챙기며 형제보다 더 진하고 끈끈한 정을 쌓아가고 있다.

“우리는 묻지마 관광을 좋아해서 늘 다니지”라며 실제상황이 아닌 농담 섞인 희망사항을 밝히면서 한바탕 웃어대는 연실형제계 회원들은 1년에 한두차례 ‘묻지마 관광’이 아닌 부인을 동반한 여행을 다녀오며 가족사랑을 또한 튼실히 다지고 있다.

‘가족’이란 이름하나만으로도 가슴에 큰 위안이 되는 존재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이 해체되고 형제간에도 허물 수 없을 만큼 높은 담을 쌓으며 서로 으르렁대고 있다. 이런 가슴 아픈 세태속에서 연실형제계가 보여준 우정은 그래서 새삼 고맙고, 반갑고, 아름답다.

정겨운 대화속에 기울어진 연실형제계 회원들의 오가는 술잔의 정이 마지막 겨울추위를 녹여주는 가슴 따뜻한 만남으로 돌아서는 발길을 유난히 가볍게 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