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속에 찾은 평안, 나누고 베풀며 살겁니다”
“믿음속에 찾은 평안, 나누고 베풀며 살겁니다”
  • 박은정
  • 승인 2008.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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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을 일구는 여성 - 진다복<군서면여성의용소방대장>
“제가 몸이 좀 안좋아서 딸과 광주 병원에 왔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다시 연락을 드리지요.”

홀로 많은 농사를 지으며 성실하게 생활한다는 이가 있다는 주변사람들의 추천으로 찾아간 군서면 남죽리에서 만난 진다복(56)씨.

겉으로 보기에는 밝고 건강해 보이는 그였지만 목디스크로 수술일정을 잡아놓은 상태였다. 마을회관과 마주하고 있는 지은 지 얼마 안돼 보이는 그의 집은 오후 햇볕이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몸이 하나 둘 고장이 나는 가 봅니다”라며 여전히 환한 웃음을 잃지 않는 진 씨. 그는 20대 초반 결혼해 지금 살고 있는 터에서 슬하에 2남1녀를 두고 남편과 방앗간을 하면서 살았다.

하지만 얼마간의 행복은 남편의 외도로 무너져 내렸고 그는 18년째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게다가 5년전 결혼해 딸까지 낳은 큰아들을 병으로 잃는 아픔을 겪으며 생때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었다.

이처럼 모진 세월을 버티며 살아온 그는 자식들을 키우고 혼자 2만여평의 농사를 지어오며 그동안 쌓인 삶의 무게가 건강의 적신호로 나타나고 있지만 신앙의 힘으로, 자식을 바라보는 희망으로 굿굿하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남편과 헤어진후 저 또한 몇년간 방황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세월을 뉘우치는 마음으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고 이제는 믿음속에 마음이 편안하고 항상 즐겁습니다”라고 일상을 밝히는 진 씨는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아갈 것입니다. 세상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라며 살아온 인생을 털어놨다.

14년째 군서면여성의용소방대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 그는 20여명의 대원들과 지역에 봉사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고 있다.

또 농촌에 살며 농업에 대한 자부심과 애향심을 바탕으로 어려운 현실에 직면한 농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의 모임인 영광농업여성벤처연구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50대 중반을 넘어선 그지만 마을에서는 젊은 아낙으로서 마을에서 열리는 애·경사를 챙기는 일꾼으로도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을 비롯한 농촌의 독거노인들을 돌보며 나누고 살고 싶습니다”라며 뉘엿뉘엿 지는 저녁노을 사이로 사라지는 진 씨.

그는 딸은 결혼으로, 큰아들은 저세상으로, 막내는 객지로 모두 떠나 보내고 덩그러니 혼자 남겨졌지만 신앙생활과 함께하는 가슴 가득한 평화로 깊은 고독을 씩씩하게 삼키고 있다.

“당신의 남은 인생에 축복과 행운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