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광을 일구는 여성 - 홍농읍 가곡리 / 송경아

22가구에 5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아담한 마을인 이곳에는 마을에 행사가 있는 듯 남정네 몇몇이 돼지잡기가 한창이다. 그리고 마을회관 안에서는 아낙들이 음식을 장만하는 목소리가 즐겁다.
“오늘 마을에서 시제를 지내기 위한 음식을 장만중이니 한분도 빠짐없이 모두 나오셔서 드시고 가시길 바랍니다.”
우렁찬 마을 아주머니의 방송이 강한 여풍(女風)을 느끼게 하는 이곳에서 만난 송경아(38)씨. 마을회관 바로 옆에 위치한 송 씨의 집은 담장을 허문 넓은 마당이 독특하게 눈에 들어왔다.
“주민들이 편하게 들고 나도록 담을 허물었는데 사생활이 보호 안돼 걱정입니다”라고 농담을 건네는 송 씨는 2006년 5월부터 이장을 맡아 2년째 마을을 대표하고 있다.
완도가 고향인 그는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함께 하던 이곳이 고향인 남편을 만나 결혼해 슬하에 2남을 두고 있다.
송 씨는 “개혁된 의식을 전달하고 체계적인 조직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농촌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이 생각처럼 쉽고 만만하지는 않더라고요”라며 “해가 갈수록 난관에 봉착하고 있는 농촌생활속에서 농민들과 호흡하며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얻고 희망을 느낍니다”라고 현실을 밝혔다.
농촌아낙으로 논과 밭을 일구며 생활하는 송 씨는 농민회 활동을 하는 남편의 외조속에 안정적인 농업기반 마련과 마을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끝에 황곡마을은 전남도에서 지원하는 참좋은 마을가꾸기 사업을 지원받아 마을쉼터인 공원을 조성했고 주민들이 생산한 잡곡 등 소량 농산물을 포장해 판매할 수 있는 잡곡소포장센터를 지난해 오픈해 가동중에 있다. 또 이를 토대로 전자상거래망을 확보·준비 중에 있다.
“워낙 단합이 잘되는 저희 마을은 지난해 마을공원을 조성하면서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를 심으며 더욱 화합하게 됐고 마을에 대한 애착심 또한 짙어졌다”며 “또 지난해부터 2,000여평의 밭을 임대해 마을에서 공동경작하고 있어 마을공동체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마을자랑을 늘어놓는 송 씨.
주민들의 추천에 의해 마을이장을 맡은 그는 마을에서 가장 막둥이면서도 마을의 책임자로서 맡은 역할을 다하며 밝고 건강한 농촌을 활기차게 열어가고 있다.
이제 막 얼굴을 내민 마을공동경작밭의 보리를 소개하며 마을을 한바퀴 도는 그의 모습에서 진한 마을사랑이 느껴지는 만남이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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