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쳐온 바느질, 아름답게 빛내고 싶다”
“인생을 바쳐온 바느질, 아름답게 빛내고 싶다”
  • 박은정
  • 승인 2008.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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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순<성산한복 대표>
영광에는 지난 3월4일 문화예술분야에 활동하는 이들이 뜻을 모아 영광문화예술인연합회를 발족하고 지역문화발전을 위한 태동을 시작하고 있다. 그중 전통의상분야의 회장을 맡은 홍성순(65)씨.

상춘객들의 봄나들이가 한창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가 운영하는 매장에도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발길이 잦다. 혼주와 예식에 입을 한복에 대해 상의하고 있는 홍 씨의 모습이 곱고 단아하다.

“어린시절부터 무엇을 만들기를 좋아했고 남다른 손재주가 있어 바느질을 시작한 것이 50년이 다 되었네요”라며 지나온 세월을 되짚는 홍 씨는 16세부터 한복을 만들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목포 서울 등지에서 맞춤한복을 바느질해온 그는 21세에 결혼을 하면서 영광으로 내려와 관내 주단을 통해 들어온 주문이나 직접 옷감을 떠 찾아온 고객을 대상으로 한복을 만들어 주면서 바느질 솜씨가 알려지게 됐다.

슬하에 1남3녀를 둔 그는 경제적인 활동이 약한 남편을 대신해 살림을 도맡아야했고 바느질은 삶의 끈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의 인생을 붙잡았다.

자식 뒷바라지와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바느질은 고뇌의 삶속에 묻혀 일상이 돼버렸지만 그의 솜씨는 화려한 빛으로 승화해 주변에 널리 퍼지고 있다.

“저는 평생을 바느질만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하나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나온 삶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바느질은 제가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고 삶을 지탱하게 해준 고마운 존재이니까요.”

50년, 적지 않은 세월이다. 그 긴 세월동안 한길만 걸어온 홍 씨는 시간의 깊이와 실력이 더해져 이젠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명장’으로 인정받으며 명성을 날리고 있다.

예전부터 이웃에 살았다는 한 주민은 “한복을 즐겨 입던 60~70년대만 해도 홍 씨의 집은 발디딜 틈없이 문전성시를 이뤘다”며 “특히 솜씨가 좋아 한번 바느질을 맡긴 사람들은 대를 이어 찾아오고 주변 사람들까지 함께 데려오며 단골이 됐다”고 설명했다.

가정에서 외부업체의 위탁을 받아 바느질을 해오던 홍 씨는 10여년전 개인 매장을 열어 주민을 만나고 있다. 이곳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그가 바느질한 한복을 입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한국전통한복문화원, 한복문학협회 등에서 활동하는 그는 해외를 비롯한 국내에서 열리는 패션쇼에 작품을 출품하며 꾸준히 명예를 떨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의상인 한복을 만들며 일생을 바쳐온 홍 씨는 디자인과 섬유의 변천을 고스란히 간직한 산증인으로 활동의 범위를 아름답게 넓혀가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