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광을 일구는 여성 - 조영숙<백수읍>

백수 상사리 광동마을에 살고 있는 조영숙(49)씨. 그도 여느 아낙들과 마찬가지로 농사짓는 남편을 내조하고 자식뒷바라지를 하며 농촌을 지켜가고 있다.
조 씨는 완도에서 태어났지만 일찍이 부모를 따라 서울로 올라가 생활했다. 20대 초반 1남2녀의 외아들과 결혼한 그는 남편의 고향에 터를 잡았고 시부모를 봉양하며 30년 가까이 살고 있다.
오래전부터 시부모가 살았던 농가에서 생활했던 조 씨는 폐암으로 투병중인 시아버지의 병수발에 정성을 다했을 뿐더러 생전에 좀 더 편하게 모시기 위해 집을 새로 지어 돌아가시기 전까지 효를 다했다.
“모두들 힘들다고 하는 농촌생활이 저는 그래도 해 볼만 했습니다”라며 농사일을 도와주러온 이웃들을 위한 점심준비로 바쁜 조 씨는 “농작물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수확을 거둘때 느끼는 보람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큰 기쁨”이라고 만족을 표시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주부들이 시부모를 모시고 살기 불편해 하지만 남편을 낳아준 부모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다보면 서로 소통하는 계기가 마련돼 큰 어려움없이 지낼 수 있다”며 “시부모가 마련해준 터전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고 어른들과 같이 생활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자녀들이 보고 배워 가정교육이 이뤄지는 등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대가족의 특징을 설명했다.
2만5,000여평의 논농사와 5,000여평의 대파농사로 수익을 창출하는 조 씨는 늘 새로운 농사기법을 연구하고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며 주변농가를 선도해 모범이 되고 있다.
그는 또 참외 방울토마토 등을 재배했던 시설하우스를 축사로 개조해 한우도 사육중에 있다.
마을의 한 어르신은 “도시에서 시집와서도 시부모를 모시며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은 마을 젊은이들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자’라는 속담처럼 돈을 벌때는 궂은 일을 가리지 않고 벌고 번 돈을 쓸 때에는 어엿하게 쓰도록 살고 싶습니다”라고 전하는 조 씨는 효성 깊은 며느리로, 화목한 가정을 지키는 아내로, 자상한 어머니로 행복을 듬뿍 담아내고 있다.
황혼을 책임져 줄 누런 소들의 먹이를 주고 이웃이 부탁한 밭일을 도우러 나서는 그의 발걸음이 암울한 농촌의 희망으로 가볍기만 하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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