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가계는 물론 기업과 정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5.5%, 생산자 물가는 10.5% 올랐다. 지난 1998년 11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라고 한다.
정부가 올 하반기 경제 운용 계획을 물가와 민생안정에 두겠다고 발표했지만 하반기 물가는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정부는 유가가 안정돼도 물가는 당분간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물가가 이렇게 급등하는 데는 국제적인 요인이 크다.
그러나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이를 악화시켰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올해는 성장보다 물가 정책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나왔는데도 정부는 태연했다. 이제 정부는 사용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여 물가 잡기에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물가 불안 심리가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부는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을 다음달부터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시내버스와 지하철, 택시 등 다른 공공요금 인상도 가시화되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은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해도 인상시기를 분산하고 인상률을 최소화해 충격이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가가 오르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물가인상과 이에 따른 임금 과다 인상의 악순환은 항상 경계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물가가 올라 임금이 과다하게 인상되면 당연히 제품가격이 상승하고 다시 물가가 급등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나친 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현재 형편이 좋은 일부 대기업 노조가 물가인상을 고려해 지난해보다 더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올리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합당한 선에서 임금 인상안을 도출해 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들만을 생각해서 지나친 임금인상을 고집한다면 그로 인한 제품가격의 상승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물가에 허덕여야 한다는 사실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이제 그 문제는 기업과 노조 양측에 맡겨진 몫이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팽배하면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이 더욱 큰 고통을 받게 된다. 사회의 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저소득층의 고통은 새로운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불씨가 되기 때문에 물가를 잡아야 한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의 해법은 지식이 아니라 가치관에 있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도록 노동생산성 증가율 범위 안에서 해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다. 물가는 국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국가적 위기를 초래한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과 가계 등 경제 주체 모두가 물가를 잡는 일에 온 힘과 슬기를 모아야 할 것이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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