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모라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다”
“내 부모라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다”
  • 박은정
  • 승인 2008.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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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영광교통
고유가의 여파로 전국에서는 버스노선이 대폭 축소되고 있다. 전남지역 농어촌버스 또한 일부 지역에서 노선축소 또는 감축운행 되고 있어 서민들의 발이 묶일 위기에 처해 있다. 예전과 다르게 학생과 어르신들이 주요 고객이 된 농어촌버스는 그나마 학생승객도 점점 줄어가는 추세다.

“마을을 지나다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면 ‘손님 한분을 또 잃었네’라고 우스개 소리를 합니다.” 농담이라고는 하지만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여실히 드러내는 김민수(54)씨. 영광교통에서 19년째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김 씨는 “20여년전만해도 손님을 가려서 태울 만큼 번성하던 군내버스가 승객감소에 유가상승까지 더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실을 가슴아파했다.

그는 “물론 지금 회사도 어렵고 우리 기사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렇다고 승객에게 불친절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라며 “연로한 어르신들이 무슨 힘이 있으며 우리의 사정을 얼마나 알겠습니까? 그냥 내 부모라 생각하고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며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고마워 어쩔 줄 모릅니다”라고 평소 마음가짐을 밝혔다.

입사초기 영광교통 노동조합장을 6년간 역임한 김 씨는 오랜 세월 운전을 하면서도 동료들과 큰 마찰없이 지내고 특히 노선운행을 하면서 만나는 어르신들의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등 승객에게 다정하고 친절해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일부러 김 씨가 운행하는 버스를 골라 타고 있다는 군남에 거주하는 한 어르신은 “기사양반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 한번씩 툭툭 건네는 농담과 세상이야기가 속을 시원하게 하고 살갑게 베푸는 마음이 꼭 아들 같다”며 “다리가 아파 미처 승강장을 가지 못해도 기다렸다가 태워주고 원래는 안 되지만 집 가까운 곳에다 내려주기도 하며 노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다”고 그를 칭찬했다.

영광교통은 현재 43명의 운전기사가 48노선을 편도 279회 왕복 558회 운행하며 지역주민의 발이 되고 있다. 운행시간이 짧은 것도 아니고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닌 상황에서 지치고 힘든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 이러한 열악한 조건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승객을 대하는 김 씨는 어르신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염산 축동리가 고향인 김 씨는 현재 영광읍 도동리에 살면서 아내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그중 아들이 신생아때 황달을 심하게 앓아 정신지체장애를 갖고 있다. 이처럼 남모를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김 씨는 가슴에서 우러나는 진실한 정을 이웃에 전달하며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