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광군등산연합회 대만 옥산 산행기 ②
5시간여만에 오른 옥산…3,000m 고지에 자리잡은 나무군락 이채동포 산장에 도착해보니 9시가 넘었다. 집을 나선 지 16시간 만이다. 산 하나를 오르기 위해 그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이해할 사람은 벌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매년 그런 일을 되풀이한다.
왜냐 하면 이렇게 높고 유명한 산이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6시 일어나 간단한 쌀죽 2공기로 요기를 하고 도시락과 물 3병을 배낭에 담아 봉고차를 이용 타타카 안부(해발 2,600m)에 도착해 옥산 주봉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 시간쯤 오르니 <맹록정>이라는 곳이 나와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오르기 시작하니 잘 지어진 아름다운 쉼터가 나온다. 입구 표지판을 보니 화장실이다. 완만한 산등성이를 계속 돌아 잘 만들어진 나무 계단과 철계단을 건너 곳곳에 하얀색의 죽은 나무군락이 보인다. 그곳이 백목림 지역이라고 한다.
산행인 자연스럽게 맞는 새
산행길이 너무 쉽다. 마치 산책로 인 것 같다. 아마도 누구나 오를 수 있도록 완만하게 등산로를 만들어 놓았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날씨는 아주 화창하지 않지만 순식간에 운무로 산등성이를 감추었다가 없어지기도 한다. 이 정도만 되어 주어도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별 어려움없이 2시간 정도 오르니 쉼터가 나온다. 이미 선두주자가 쉬고 있었다. 새들은 산행인들이 주는 먹이 때문인지 무서워하지 않고 과자 부스러기를 주니 잘 주어 먹는다. 한참후에야 후미그룹인 월산악회장 최명규님과 이상금 동생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도착한다.
산행시간 3시간. 편마암 암벽이 60m 정도 거의 수직으로 되어 있는 대 절벽이 나왔다. 재미삼아 몇m 암벽 모서리를 잡고 올라봤다. 모두들 걱정이다. 빨리 내려오라고. 내려오려니 다리가 후들 후들 떨린다. 이미 3,000m 고지를 훨씬 넘었는데도 아름드리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성인 몇사람이 양팔을 벌리고 잡아도 될 만큼. 아마도 천년이상 됐을 것 같은 크고 굵은 나무들을 보며 어떻게 이런 고산지대에 이렇게 큰 나무들이 자랄 수 있는지 의문이 생겼다. 우리나라 같으면 1,500m 이상만 돼도 큰 나무들을 보기 어려운데…
산행 4시간 빵과 물로 달랜 허기
산행시작 3시간 50분만에 배운산장(3,580m)에 도착하니 보슬비가 제법 옷을 적시기 시작한다. 비옷을 꺼내들고 입었다. 일행들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가지고 간 도시락을 먹었지만 난 빵 한개와 물 몇잔으로 허기를 채웠다.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정상까지 2,4km 남아 있다. 지금까지 8,5km를 올랐다.
대부분 이곳 옥산 산행은 여기 산장에서 잠을 자고 일출을 보는 일정으로 잡는데 우리는 시간이 너무 촉박해 산장 숙소를 잡지 못해 일출 일정을 잡지 못했다고 한다. 일부는 배낭을 이곳 산장에 두고 올랐지만 난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비옷을 걸치고 앞에는 니콘카메라를 덜렁거리며 다시 산행길에 올랐다.
여기서부터는 가파른 산행로에 이미 몸은 지쳐 있고 배도 고프니 앞에 매단 커다란 니콘카메라가 너무 귀찮아진다. 그래도 한 컷이라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열심히 셧터를 눌렸다.
운무 사이로 드러낸 산자락들
산 중턱에 걸쳐진 한조각 하얀 구름, 금방이라도 산을 삼킬 듯이 산을 덮어버렸다가 어느새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 버리면서 운무 사이로 신비의 모습을 드러 내놓는 산자락들, 산들바람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우리를 반겨주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
쉴새없이 하얀 거품을 쏟아내는 폭포수들, 이 모든 자연의 벗들을 어찌 그냥 보고만 지나칠 것인가! 악수라도 하며 아는 체 인사라도 하고 고맙다고 사진으로 찍어 길이 남겨 주어야겠다.
이미 우리 선두그룹은 저만치 올라가 버린 것 같다. 모두들 산을 오르는 데만 신경을 쓴 것 같다. 너무 바쁘다.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아름다운 꽃과 나무 그리고 산새들과 대화를 하면서 오르면 마음의 평온도 한층 더할 것 같은데…
난 산에 오르면 항상 흥얼대며 노래를 많이 한다. 노래를 하면 항상 마음이 편안하고 피로를 덜 느낀다. 지금은 내가 어느 노래를 불러야겠다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아무 노래라도 연속적으로 나온다. 꽃을 보면 꽃노래가 고향을 생각하면 고향노래가 사랑을 생각하면 사랑노래가 나온다. 즐거워서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부르니 즐거워진다.
산행시작 5시간. 금방이라도 쏟아져 버릴 것 같은 너덜지대를 지나니 더 이상 바람에 견딜 수 없어서인지 누어서 자라고 있는 편백나무 지대가 나오기 시작한다. 12시. 너무나 아름다운 야생화에 탄성을 자아낸다. 이슬을 머금고 피어있는 꽃이 너무나 청순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혹시 이 꽃이 에델바이스? 한시간전 올라오면서 하얗게 핀 꽃이 아름다워 이 꽃이 에델바이스냐고 물어 봤더니 맞다는 사람이 있고 또 아니다는 사람도 있고 해서 헷갈렸는데 혹시 지금 본 이 꽃이 에델바이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 눈앞 발자국도 옮기기 힘들어
낙석방지 터널을 지나니 정상까지 200m. 한발자국 옮기기도 힘이 든다. 머리도 아파 오고 어지럽고 약간의 고산증을 느껴 힘들지만 포기란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다. 오직 오르는 일만 남았다. 가장 후미에서 고산증에 고통을 받고 있는 배완성, 이상금. 강원용님이 매우 힘들어한다. 드디어 옥산 정상에서다.
산행시작 5시간 10분만이다. 주위를 돌아보니 하얀 운무만이 바다를 이루고 우리가 서있는 정상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미리 준비해 두라고 했던 태극기와 연합회기를 내 놓으라고 하니 아무도 챙긴 사람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소형 태극기를 손에 흔들며 기념촬영을 했다. 우리들은 이번에도 해냈다.
일행중 한명만이 나머지 50m 벽을 넘지 못하고 전원 정상 등정에 성공한 것이다. 날이 개기를 조금 기다려 볼까도 했지만 쉽게 개일 것 같지 않아 아쉬움을 뒤로 한 체 우비를 쓰고 하산 길을 재촉했다. 오늘 선두그룹은 10시간, 후미그룹은 약 11시간에 걸쳐 힘겨운 등산을 마쳤다. 누가 시켜서 하는 등산이라면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해서 하는 등산이고 산이 나더러 오라 하고 산이 그곳에 있기에 난 앞으로도 산과의 만남을 계속 할 것이다.
김성운 영광군등산연합회장
■ 산행자 김성운 이상금 박주경 유광영 윤성명 송장식 강원용 김한중 배완성 허윤석 오철식 김원기 조성현 박종석 박가진(15명)
■가입문의 ksw--3028@hanmail.net 010-3641-3028 김성운 영광군등산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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