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동안 실종된 경제를 제대로 살려놓겠다며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풀라는 문제는 풀지 못하고 연일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비난하는 모양새는 아무리 좋게 보아주려고 해도 꼴불견이다. 경제가 나빠진 것도 노무현 정권 때 흥청망청 썼기 때문이오, 쇠고기 협상도 노무현 정권이 어질러 놓은 설거지를 하는 것이오, 금강산 피격사건에서 불거진 대북 정보부재의 원인도 역시 과거정권 때문이라는 해괴한 주장에 그저 할 말을 잃을 따름이다.
게다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이 발표됐다가 수정되면서 이명박 정부의 외교 부재론까지 들썩이고 있어서 국민들의 심기는 매우 불편하기 짝이 없다. 북한의 도발적인 금강산 사건을 공론화함으로써 국제적 환기를 통해 더 이상의 불상사를 막아보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옳고 그름을 제쳐두더라도 납득하기 힘들다.
처음엔 강력하게 주장하다가 북한이 심하게 반발하자 아예 의장국 성명서에서조차 빼버린 것은 물론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10.4 남북정상선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린 일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문외한이라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갈팡질팡한 우리 외교의 실책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뢰를 현격하게 떨어뜨리는 빌미를 충분하게 제공한 것이다. 역대 어느 정권도 이처럼 처참한 국정운영의 성적표를 보여준 적은 없다.
경제가 나빠진 것은 유가가 급등한 탓이고, 쇠고기협상을 잘못한 것은 과거 정부 탓이고, 독도가 다께시마가 된 것도 일본 탓이지 한국 정부의 탓이 아니란다. 한 술 더 떠서 북한에게 항의 한번 제대로 못한 것도 과거 정부가 핫라인을 만들어 놓은 것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아서라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이 모든것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겠다. 모든 실정을 자신의 잘못으로 여기고 진정한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보다는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남의 탓’으로 돌리기에 급급한 것이 현 정부의 실체다. 하루하루를 피와 땀으로 살아가는 많은 국민에게 요즘 같은 날은 열대야보다 더 짜증이 나고 갑갑하다. 가만히 있어도 머리에 혈압이 오르는 지경이다. 이런 정권에게 5년 동안 무슨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유난히 더운 여름이 더욱 덥게 느껴지는 까닭은 이런 정부의 정책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다. 남만 탓하는 응석은 이제 그만 부리고, 국민들이 생기를 가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쳐야 한다. 말만 앞세우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급하다고 서둘러서도 안 된다. 이제라도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게끔 모든 실상과 잘못된 정책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바로잡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들도 정부를 믿고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기 때문이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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