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99년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서 시집온 그는 지난 3월부터 영광여성의전화에서 운영중인 영어바우처사업팀 강사를 맡아 활동하고 있다.
영광여성의전화는 지역혁신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8월부터 국제결혼 이주여성을 활용한 원어민 영어바우처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주2회 그룹스터디형식으로 이뤄지며 현재 관내 지역아동센터와 영광중앙초 등에서 방과후 수업 시간을 활용해 진행하고 있다.
초등학생 영어지도사 3급자격을 갖춘 아니타 유다곡씨는 영어노래배우기, 게임을 통해 영어와 친해지기, 교재를 활용한 문법, 파닉스 등의 원어민회화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농사와 장사 등을 하며 생활하는 부모와 6남2녀의 형제중 장녀로 태어난 아니타 유다곡씨는 대학졸업후 필리핀에서 공무원생활을 하다 37세 늦은 나이에 지인의 소개로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해 슬하에 9살 6살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결혼 3년뒤 지병인 고혈압으로 쓰러진 남편은 여러차례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금껏 병상에 누워 있다.
작은 아이가 세살무렵부터 전북 고창의 영어학원에서 강사를 하며 생계를 꾸려왔고 현재는 영광여성의전화 영어바우처 강사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아니타 유다곡씨는 “오로지 두 아이를 길러야겠다는 생각뿐 병상에 누운 남편에 대한 미움은 없습니다”라며 “더 이상 남편의 건강이 악화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아직 어린 두 아들을 위해 더 열심히 생활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라고 국적을 막론한 우리내 어머니와 똑같은 심경을 밝혔다.
그는 또 “필리핀 친정에서는 제가 지금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을 모릅니다. 걱정하실까봐 일부러 알리지 않은 것도 있구요”라며 “살아가는 것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는 두 아들이 있고 아이들 가르치는 일도 재미있어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라고 애써 일상을 위로했다.
점점 관내에도 이주여성이 늘고 있다. 다행이도 기관·사회단체의 관심과 도움으로 일자리를 마련하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순조로운 정착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이 헤쳐 나가야할 벽은 아직 험하고 높기만 하다.
“필리핀보다 한국이 더 잘살고는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외로운 것 같아요”라고 여유없이 각박한 우리나라를 표현하는 아니타 유다곡(45)씨. 그는 이방인이지만 숙명적으로 한국을 사랑하며 시련을 극복하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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