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순<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영광지부>
“아!아! 주민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요즘 마을에 멧돼지와 같은 야생동물이 내려와 농작물을 훼손하고 사람을 위험하게 해 대포소리로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고 있으니 크게 울리는 소리에 놀라지 마시길 바랍니다.” 야생동물의 출현을 알리는 마을이장의 안내방송이다. 영광지역은 이렇게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도 있지만 전국에서도 희귀한 단비, 살쾡이, 수리봉이, 산양 등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각별한 보호가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전남지회 영광지부 회원들의 활동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불갑사 야외공연장에서 멸종위기 야생 조·수류 사진 및 국·외산 민물어종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곳에서 만난 이행순(41)씨. 남자회원들만 활동하는 줄 알았던 예상을 뒤엎고 단체를 표시한 노란색 조끼를 입고 방문객을 맞이하는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이색적이었다.
“한국동식물보호관리협회 영광지소장을 맡고 있는 남편을 따라 관련단체와 만남을 갖던 것이 인연이 돼 회원으로 가입하게 됐다”고 활동하게 된 계기를 밝힌 이 씨는 “직접 현장에 나가 구조활동을 펼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지만 회생할 가능성이 없는 희귀동물을 구조해 긴급후송해 생명을 구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주민들도 부상동물을 발견하면 신속히 신고해 구조가 늦어 귀한 동물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24시간 언제라도 구조신고가 가능한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는 1969년 산림청장 허가로 사단법인 한국조류협회로 발족해 1977년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로 개명, 1999년에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산림청 소속단체에서 환경부 소속단체로 이관돼 전국에 지부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이 씨는 “희귀야생동물의 생태와 서식실태조사 및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조수류의 밀렵을 단속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계몽활동과 사냥꾼들이 야생동물을 포획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설치한 올무나 덫을 수거하는 작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특히 지역 유·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멸종해 가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자연생태계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 위한 멸종위기 1·2급 야생동물사진 및 박제전시회, 동화구연대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고 주요활동 사항을 밝혔다.
샷시사업을 하고 있는 남편과 슬하에 남매를 두고 전업주부로 생활하는 이 씨는 틈틈이 시간을 할애해 자연생태보전운동과 야생동물보호운동을 회원들과 전개하며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5명으로 이뤄진 여성회원의 총무를 맡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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