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국에 따뜻한 밥 해 드린 것 밖에…”
“된장국에 따뜻한 밥 해 드린 것 밖에…”
  • 박은정
  • 승인 2008.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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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일 후면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이다. 이날은 외지에서 생활하던 자녀를 비롯한 친지들이 모여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담소를 나누며 ‘행복’을 충전하는 만남의 날이기도.
명절을 앞두고 아낙들은 집안청소에 시장보기에 마음부터 바빠져 정신없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아들내외까지 3대가 모여 사는 법성면 대덕리 언목마을 이영자(65)씨 집도 명절의 기다림은 여느 가정과 똑같이 분주했다.

“따뜻한 밥에 멸치를 잘 말려서 곱게 빻아 넣어 끓인 된장국 그리고 시아버지가 좋아하셔 반찬에 조금씩 넣어 드시는 들기름을 떨어뜨리지 않고 상에 놓아 드린 것 밖에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요”라며 불쑥 방문한 기자를 대하며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는 이 씨.
그는 고창군 대산면 율촌리 신기마을에서 23살에 5남2녀의 큰며느리로 시집와 43년째 시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시아버지가 올해 94세, 시어머니가 올해 87세로 연로하지만 시어머니가 귀가 잘 안들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동에 불편없이 활동하며 집안일도 조금씩 거들어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어르신들이 타고난 건강함도 있겠지만 모시고 있는 며느리가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니까 장수하시는 것이 아니겠어요”라며 입을 모아 칭찬하는 이웃주민들.
슬하에 2남1녀를 두고 논농사와 담배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이 씨는 큰소리와 행동이 먼저 앞서는 성격 급한 남편을 내조하며 시부모에 대한 불평 불만없이 성실하게 생활해 행동이 돋보이고 있는 것.

“어른을 모시고 살다보니 제 스스로 조심스러워 했지만 시부모들은 마음 편하게 잘해주셨어요. 나이가 많이 드셨어도 크게 아프신데 없이 건강하신 것도 제 복이고요”라며 불편함보다는 감사함을 먼저 전하는 이 씨는 가부장적인 남편과 어른들 속에서 참고 삭히는 것이 버릇이 됐지만 만성위장병 등이 긴 세월 동안 쌓아온 인내를 대신하고 있다.

자그마한 체구에 다소곳한 인상이 현모양처를 떠오르게 하는 이 씨는 손주를 본 할머니가 됐지만 막 시집온 새댁처럼 지고지순한 모습으로 아내와 며느리의 역할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좋으시지만 어머니가 워낙 잘 하셔요”라며 시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을 밝히는 3대 며느리. 다른 행동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효성은 부모가 하는 것을 그대로 보고 배운다”는 말처럼 이 씨와 함께 사는 둘째 며느리는 지극한 ‘효’를 대를 이어 닮아가고 있었다.

명절을 얼마 안남기고 방문한 이 씨의 가정은 가족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만남이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