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앞두고 아낙들은 집안청소에 시장보기에 마음부터 바빠져 정신없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아들내외까지 3대가 모여 사는 법성면 대덕리 언목마을 이영자(65)씨 집도 명절의 기다림은 여느 가정과 똑같이 분주했다.
“따뜻한 밥에 멸치를 잘 말려서 곱게 빻아 넣어 끓인 된장국 그리고 시아버지가 좋아하셔 반찬에 조금씩 넣어 드시는 들기름을 떨어뜨리지 않고 상에 놓아 드린 것 밖에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요”라며 불쑥 방문한 기자를 대하며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는 이 씨.
그는 고창군 대산면 율촌리 신기마을에서 23살에 5남2녀의 큰며느리로 시집와 43년째 시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시아버지가 올해 94세, 시어머니가 올해 87세로 연로하지만 시어머니가 귀가 잘 안들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동에 불편없이 활동하며 집안일도 조금씩 거들어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어르신들이 타고난 건강함도 있겠지만 모시고 있는 며느리가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니까 장수하시는 것이 아니겠어요”라며 입을 모아 칭찬하는 이웃주민들.
슬하에 2남1녀를 두고 논농사와 담배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이 씨는 큰소리와 행동이 먼저 앞서는 성격 급한 남편을 내조하며 시부모에 대한 불평 불만없이 성실하게 생활해 행동이 돋보이고 있는 것.
“어른을 모시고 살다보니 제 스스로 조심스러워 했지만 시부모들은 마음 편하게 잘해주셨어요. 나이가 많이 드셨어도 크게 아프신데 없이 건강하신 것도 제 복이고요”라며 불편함보다는 감사함을 먼저 전하는 이 씨는 가부장적인 남편과 어른들 속에서 참고 삭히는 것이 버릇이 됐지만 만성위장병 등이 긴 세월 동안 쌓아온 인내를 대신하고 있다.
자그마한 체구에 다소곳한 인상이 현모양처를 떠오르게 하는 이 씨는 손주를 본 할머니가 됐지만 막 시집온 새댁처럼 지고지순한 모습으로 아내와 며느리의 역할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좋으시지만 어머니가 워낙 잘 하셔요”라며 시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을 밝히는 3대 며느리. 다른 행동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효성은 부모가 하는 것을 그대로 보고 배운다”는 말처럼 이 씨와 함께 사는 둘째 며느리는 지극한 ‘효’를 대를 이어 닮아가고 있었다.
명절을 얼마 안남기고 방문한 이 씨의 가정은 가족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만남이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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