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첼 <이주여성>

“군남 월흥리에 사는 미첼씨. 그는 7년전 필리핀에서 시집와 건축 일을 하는 남편과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시부모를 모시며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한국생활을 잘 정착해 살고 있다.”
모 방송사에서 영광지역 이주여성의 일상을 소개했던 나레이터 목소리다.
얼마전 TV 화면속에서 만났던 미첼(32)씨를 찾아 나선 곳은 대마 원흥리에 자리한 연한가지지역아동센터에서였다. 생후 15개월부터 18세까지의 아동, 청소년이 생활하는 이곳에서 주로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맡고 있는 그는 일과시간이 즐거워 보였다.
필리핀 루선에서 1남2녀중 둘째로 태어난 미첼씨는 아버지가 공무원에 재직하고 있어 큰 어려움을 모르고 자랐다. 그의 언니는 현재 교사에 몸담고 있고 남동생도 법학을 전공해 법관을 준비 중이며 미첼씨도 대학 졸업후 아버지를 따라 공무원에 입문해 가족 모두가 안정적인 생활을 하며 살았다.
이렇게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 살던 그는 우연히 친구와 우리나라를 찾아와 머무르며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다니던 교회에서 남편을 만나 2001년 한국 신부가 됐다.
남편의 고향인 영광에서 신혼살림을 차린 미첼씨는 60대 중반을 넘긴 시부모와 7살 4살 두 아들과 살고 있다. 건축 일을 하는 남편은 직업 특성상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일하고 있어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다.
“가끔 농사일을 돕기 위해 집에 들리고 비가 많이 오면 일을 못하니까 우리랑 같이 있어요”라며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수줍게 내비치는 미첼씨는 “결혼초에는 언어 문화 등의 차이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금은 만족하고 살고 있어요. 한국 사람들은 필리핀 사람보다 부지런히 살고 있어 배울 점이 많고 한국에서 일하면서 생활하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고 일상을 표현했다.
미첼씨는 아이들을 기르며 가정에서 지내다 올 1월부터 연한가지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전에 틈틈이 영어캠프의 강사를 맡아 어린이들을 만나온 그는 현재 학생들을 전문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영어강사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중이다.
“지금 하는 일도 재미있지만 저는 좋은 영어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힘들어요”라며 애교스런 투정을 부리는 미첼씨는 환경이 그리 여유롭지도, 만족스럽지도 않을 텐데도 기쁘게 현실을 받아드리고 있어 더욱 고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초등학생과 다정한 대화를 나누는 밝은 모습이 젊고 예쁘기만 하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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