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는 어머니가 든든한 남편이자 자식”
“곁에 있는 어머니가 든든한 남편이자 자식”
  • 박은정
  • 승인 2008.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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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자 <군남면>
“여보세요. 거기가 영광에서 가장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 살고 있는 곳이지요. 그곳을 찾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예, 군남 포천에서 바로 다리를 건너면 양덕리로 들어오는 길이 있어요. 그 길을 따라 쭉 오다보면 검덕마을이 나오고 시정에서 조금만 올라오면 대문없는 집이 우리집 인데요”라고 답하는 김순자씨(85)씨.

전화로 일러주는 또렷한 설명을 듣고 찾아간 그가 살고 있는 집는 그리 넓고 좋지는 않았지만 노인이 사는 집답지 않게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염산 축동리 죽장마을이 고향인 김 씨는 18살 이곳으로 시집와 70년 가까이 살고 있다. 61세에 남편과 사별한 그는 시집와 지금까지 시어머니(사진 왼쪽)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올해 104세로 영광에서 최고령자인 김 씨의 시어머니는 귀가 안 들리고 치매증세가 약간 있기는 해도 거동을 조금씩 하고 있다.

김 씨는 “지금 모시고 사는 시어머니는 원래는 작은어머니여. 자녀를 출산 못해 남편이 작은집으로 양자를 가 시집와서부터 지금껏 함께 살고 있지”라며 “이제까지 살면서 고부간의 갈등 같은 것은 모르고 살았어. 농사도 적고 아들 낳으려고 자식을 많이 낳다보니 사는 것이 어려워 그것이 걱정이었지 다른 근심은 없었지”라고 지난 일상을 밝혔다.
슬하에 1남7녀를 둔 그는 자녀 모두가 출가해 외지에 살고 있으며 가까이에 사는 딸 둘이 자주 찾아와 김 씨와 그의 시어머니를 보살피고 있다.

“세상은 나 좋으면 다 좋은 것이여, 부모도 내가 먼저 좋게 하면 나쁠 수 없고 남들도 먼저 주고 베풀면 항상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것잉게”라며 방안에 누워 있는 시어머니 곁으로 다가가는 김 씨는 “나도 이제 나이가 많이 먹어 사방 군데 안 아픈 곳이 없고 늘 병원을 들락날락 하다 보니 시어머니 수발들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얼른 돌아 가셨으면 하는 마음은 없어”라고 오랜 세월 동거동락한 시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정을 밝혔다.

김 씨의 시어머니는 치매로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고 있다. 이를 치우고 시어머니를 씻기는 일이 버겁기도 하지만 그는 시어머니를 남편삼아, 자식삼아 기대며 황혼을 의지하고 있는 것. 그리고 마음 넉넉한 김 씨의 정성어린 공경을 받은 시어머니는 한세기를 넘긴 세월을 버티고 있다.

부모를 폭행하고 버리며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점점 난폭하게 변질돼 가는 세태속에 김 씨가 보여준 행동은 참다운 효심으로 주변을 감동시키고 있다.
100세를 넘긴 시어머니와 80세 중반의 며느리가 오랫동안 해로하길 기원하며 나서는 발길에 가슴 찡한 여운이 남는 것은 왜일까.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