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아들 모두 건강해서 다행입니다”
“남편 아들 모두 건강해서 다행입니다”
  • 박은정
  • 승인 2008.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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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희 <영광읍>
“자면서도 깜짝 깜짝 놀라고 앉았다 일어서면서도 수술부위가 아파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픔니다”라며 눈시울이 붉어진 장옥희(48)씨.
12년전부터 간경화를 앓아오던 장 씨의 남편은 간암선고를 받고 3년전 간의 40%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고 호전됐지만 올 1월 다시 재발해 장기이식수술 밖에는 치료방법이 없어 아들의 간을 기증받았다.

장 씨의 두딸도 검사를 받았지만 그의 아들이 기증적합판정을 받아 지난 7월 간암으로 투병중인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 일부를 기증하는 생체이식 수술을 하고 회복중이다.
슬하에 1남2녀를 둔 장 씨는 영광읍 우평리에 살고 있다. 대학1년에 재학중이던 장 씨의 아들은 아버지의 급박한 소식을 듣고 조금도 망설임없이 학교를 휴학하고 자신의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서 주변을 크게 감동시켰다.

장 씨는 “남편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돌아보지 않다 막상 남편과 아들을 수술실로 들여보낼 때는 남편도 불쌍하고 아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마음이 얼마나 아팠던지요”라며 “아직 상태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다행이도 수술이 성공적으로 돼 건강이 호전되고 있어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라고 근황을 밝혔다.

장성에서 4남4녀중 막내로 태어난 장 씨는 올케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23세에 결혼해 지하수개발 사업을 하는 남편과 농사를 지으며 워낙 부부금슬이 좋아 주변에 ‘닭살부부’로 통하며 행복하게 살아왔다.
남편이 오랫동안 지병을 앓다 이번 큰 고비를 넘기게 됐지만 여전히 서로가 사랑하는 마음은 깊기만 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어려운 일을 밖으로 들어내길 싫어하는 남편과 저는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 조용히 수술을 치르려 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군수님을 비롯한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줘 큰 힘이 됐습니다”라며 격려를 보내준 기관·사회단체장을 비롯해 이웃에게 감사를 전하는 장 씨.

그는 “지금도 수술한 서울의 병원을 한달에 두번씩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병마와의 싸움이 남아있지만 아들과 여러분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했다는 희망이 삶을 지탱하게 합니다”라고 전했다.
평소 사회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온 장 씨는 지금은 남편의 병수발로 쉬고 있다.

‘가족’은 살아가면서 만나는 어느 인연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하고 편안한 존재다. 장 씨는 어려울 때 힘이 되는 가족을 지키는 버팀목으로 행복을 조심스럽게 다시 쌓아가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