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우리 교육은 좌표를 상실한 채 배를 바다에 띄우는 것에 급급하고 있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코 멈출 수 없는 질주를 하고 있는 오늘의 교육현실은 학부모와 교사도 피해자이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일 것이다.
영국과 미국식 교육의 시장화와 경쟁정책은 이미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 미국에서도 궤도가 수정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대한민국 교육의 현 주소는 특권층을 위한 귀족학교 설립확대와 학교와 학생을 일제고사로 서열화하고 교육 양극화를 더욱 벌어지게 하고 있다.
2008년 12월에 실시됐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가 얼마전 공개됐다. 결과를 통해 살펴보면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농어촌일수록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학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부진아를 교실 내 통합교육의 형태로 해결하는 핀란드의 교육제도와는 다르게 오로지 입시와 시험성적 만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공교육체제의 문제점을 확인시켜 줬다.
더구나 이러한 평가의 결과를 교원평가와 연결시키면 교단이 요동칠 것이다. 이번 임실을 비롯한 여러지역 교육청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승진이나 급여, 예산상 지원과 연결시킨 결과 성적조작, 부풀리기 그리고 부진아의 고의적인 결석처리, 훈련 등의 이유로 한 운동부 학생들의 응시기회 박탈 등의 많은 문제점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이처럼 우리 학교 교육현장의 우려의 목소리에도 정부는 올해도 일제고사 형식의 평가를 계획대로 시행하려 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단위 학교에서는 평가를 보지 않는 예체능 과목 등을 제쳐놓고나 형식적으로 시간표를 짜 놓고 실제로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과부의 의지나 지원과 상관없이 지역교육청과 모든 학교가 해마다 학력고사의 결과에 주목할 수밖에 없고 어떤 형식으로든 성적을 높이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 분명해졌다.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를 앞두고 여러 학교 현장에서도 학생중심의 방과후 활동을 중단하고 5개 교과에 한해 문제풀이 중심의 보충수업을 실시하려는 움직임이 준비되기도 했었다. 평가결과 공개는 정상적인 교육과정의 파행을 불러올 수 있으며 우리 교육을 망치자는 거나 다름없다.
탐구활동, 체험학습, 토론수업, 특기와 재능을 살리는 방과후 활동은 이제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공부의 스트레스로 인해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학교와 우리 사회는 더욱 시험 점수만을 강요하게 되지 않을런지….
학교현장에 서로 돕고 배우는 협동학습과 정겨움이 점차 사라지고 살벌한 경쟁이 자리 잡을 수 있겠다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했거늘….
저작권자 © 영광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