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만나는 직업이 체질에 딱 맞아요”
“어르신들 만나는 직업이 체질에 딱 맞아요”
  • 영광21
  • 승인 2009.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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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오순 <염산보건지소>
염산면사무소 넓은 마당 옆에 자리한 염산보건지소. 어르신들과 주부 그리고 아이들의 방문이 주를 이루는 이곳은 농사가 시작되서인지 북적임이 덜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부축하며 어르신들이 묻는 말에 유난히 친절하게 응대하고 있는 류오순(43)씨.

1992년부터 보건지소에서 주민들을 만나 온 류 씨는 홍농 군남 대마 묘량 등을 거쳐 이곳 염산보건지소에 근무하고 있다.
전염병예방 등의 보건교육과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기초수급자 방문간호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오랜 세월 주민들을 만나오면서도 싫은 내색없이 늘 부드럽고 상냥해 어르신들의 귀여움을 사고 있다.

20대 후반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던중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일을 시작한 류 씨는 주민들에게 보다 나은 양질의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 따로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등 맡은 일에 대한 사명과 책임이 강해 동료들에게도 모범적으로 비춰지고 있다.

불갑 녹산리에서 1남5녀중 막내로 태어난 류 씨는 아흔을 바라보는 부모가 아직 고향에 살고 있어 유난히 어르신들에 대한 정이 깊다.
“농촌인 관계로 노인이 많은 지역에 근무하면서 만나는 어르신들이 꼭 제 부모를 바라보는 것 같아 반갑고 좋더라고요. 그래서 말이라도 따뜻하게 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 더 해드렸더니 그것이 그렇게 좋으신가 봅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저도 함께 즐겁고, 보람도 느끼고….”

염산지역은 연로한 노인세대도 많지만 이주여성이 많이 살고 있어 예방접종을 하기 위한 어린 아기들도 보건지소를 많이 찾고 있다.
류 씨는 외국에서 시집와 의지할 데 없는 이주여성들에게도 언니 또는 친구처럼 다정히 대해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지금하고 있는 일이 체질에 딱 맞는 것을 보면 아마도 천직인가 봅니다”라며 “저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생활이라고 생각하며 근무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하며 주변을 정리하는 류 씨.

그는 지금 어르신들과 매일 부대끼는 것도 모자라 훗날 기회가 되면 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해 아예 어르신들과 함께 살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홀로 남겨진 노인을 보호하기보다는 자신의 노년을 의지하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꿈꾸는 류 씨는 지금은 주민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너’와 ‘내가’ 아닌 ‘우리’로 세상을 꾸릴 계획인 것이다.

염산보건지소를 들어서며 마주했던 류 씨의 첫인상이 유난히 순수해 보였던 것은 이런 그의 착한 마음이 배어 나왔기 때문인가 보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