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큼 유명한 남해의 바위산 - 보성 오봉산(392m)
이름만큼 유명한 남해의 바위산 - 보성 오봉산(392m)
  • 영광21
  • 승인 2004.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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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과 함께 하는 산이야기 43
우리나라에는 오봉산이란 이름을 갖은 산이 많다.
소양호에 있는 창평 오봉산, 횡성 평창 오봉산, 경남 양산 오봉산, 함양 오봉산, 임실 오봉산이 있고 도봉산에도 오봉산이 있다. 그리고 전남 보성에는 칼바위가 있는 큰 오봉산과 작은 오봉산이 있다.

보성의 오봉산은 벌교읍에서 2번 국도를 따라 보성읍으로 향하다 열차치를 넘어 득량면으로 들어서면 도로 왼쪽으로 넓은 벌판이 펼쳐지고 그 끝머리에 우뚝 솟은 산이 두 개 보인다. 예당벌(禮堂筏)과 오봉산이란 지명이 붙어 있는 산들이라 이곳 사람들은 왼쪽은 큰 오봉산(392m), 오른쪽은 작은 오봉산(284.2m)이라 부른다.

작은 오봉산은 다섯 개의 위성봉을 거느리고 있으며 가까이 가면 정상부 오른쪽에 삐죽 튀어나와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 바위를 책상바위라 하는데 주민들은 이 바위를 보고 성장한 덕분에 인재가 많이 나왔다고 자랑하곤 한다. 특히 기찻길 옆에서 바라보는 자라바위는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반면 봉우리가 다섯 개 모여 있는 오봉산은 산아래에 다가설 때까지도 그리 독특하지 못하여 들녘에 솟은 평범한 야산정도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파고들면 '점입가경'처럼 신비스럽기 그지없다.

산등성이에 솟은 암봉과 암벽은 날카로운 칼날을 세워 놓고 병풍을 펼쳐 놓은 듯하다. 작은 산이 ‘어찌 이토록 심오한 자연미를 펼칠 수 있을까’ 감탄할 정도다.

또 오봉산은 한민족의 아픔이 서려있는 산이기도 하다 1949년 10월초 빨치산 보성지구부대는 보성경찰서를 습격하려다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경찰의 매복에 걸려 빨치산들은 격전 끝에 100여명이 군경계선을 뚫고 오봉산으로 도망쳤으나 뒤쫓아온 군인 경찰들과 격렬한 전투를 버렸고 결국 빨치산 잔당들은 30여명의 사상자를 낸 뒤에서야 오봉산을 빠져 나갈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오봉산으로 오르려면 용추폭포에서 골짜기 왼쪽 산길을 타야한다. 산허리를 타다 곧 사면을 타고 올려친다. 갈지(之)자 산길을 타고 능선으로 오르노라면 넓은 분지를 이룬 용추폭포 상당부가 무릉도원처럼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산길 곳곳에 형성된 너덜지대는 ‘만’을 막아 생긴 넓은 간척지에서 곡식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맞아 싸우던 중 군량미가 떨어지자 이 고을에서 곡식을 얻었기에 ‘득량’이란 지명을 얻게 되었으나 1914년 군․면 통합 전에는 송곡면과 도촌면으로 나뉘어 있었다는 것으로 보아 지명의 유래는 아무래도 전자가 맞을 듯 싶다.

여기서 큰오봉산 칼바위까지는 1시간 남짓 거리인데 산길 대부분이 낡은데 모두가 널찍하고 반듯반듯하다. 이래서 한때 이곳 주민들은 이 ‘구돌’로 생계를 유지할 만큼 질좋은 구돌이 많이 나오던 곳이 바로 보성 득량면의 오봉산이다.

오봉산의 으뜸은 역시 칼바위다. 30여m 높이의 칼바위는 참으로 기묘하다. 손바닥을 위로 세우고 손가락을 모아 45°각도로 굽힌 모양같기도 하고 선 채로 깊숙이 허리 굽혀 인사하는 모습같기도 하다.

끝이 칼모양이기도 해서 칼바위라 부른 것 같다. 그러나 칼바위 일대는 거대한 바위들이 엉켜있다. 이름도 가지각색으로 개구리바위 호랑이바위 버선바위 등 갖가지 바위들이 있으며 조선조 태조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 바위는 태조바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큰바위들이 많이 엉켜져 있기 때문에 돌을 던져 넣으면 득량만 바다로 나온다는 마당굴과 정재굴, 독굴 등 굴도 많다. 또 칼바위 아래는 사방을 높은 바위벽이 둘러싼 공간이 있다. 50여명이 들어 설 수 있는 넓이로 바위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외부와 단절된 독방과 같다.

산행 길잡이
오봉산 산행은 두가닥으로 나뉘어야 한다. 먼저 작은 오봉산을 산행하고 차로 이동하여 큰 오봉산을 완주하는게 좋다.
작은 오봉산은 득량역 건너편에 있는 파출소 앞에서 시작하여 퀴리농장으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산행시간은 약 2시간 정도.

큰 오봉산은 차로 약 6km를 이동하면 비봉초등학교 앞 정암마을에 닿는다. 여기서 마을 안쪽을 이용 큰 오봉산에 오른 다음칼바위를 구경하고 다시 정암마을로 하산하던가 아니면 용추폭포 쪽으로 하산하여도 된다.
단 용추폭포로 하산할 경우에는 4km 정도를 걸어서 해평 저수지 주차장까지 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큰 오봉산 산행 2~3시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