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 45 - 경남 사천 와룡산(798.6m)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용이 누워 있는 듯 하다하여 와룡(臥龍)이란 지명을 지닌 와룡산은 고려 태조 왕건의 여덟번째이자 막내아들인 욱(郁)과 그의 아들 순(詢), 고려8대 현종이 어린시절 귀양살이를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욱이 조카인 5대 경종의 두번째 부인 헌정왕후와 정을 통한 사실을 6대 왕인 성종이 알고 와룡산 기슭으로 귀향을 보냈다는 것이다.
경종은 욱과 헌정왕후 사이에서 순이 태어나자마자 헌종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 곁으로 보내져 아버지 욱이 숨을 거둔 여섯살 되던 해까지 함께 와룡산 기슭에서 지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와룡산’은 산 이름과 더불어 ‘용자’를 이용한 이름이 많다. 정상인 민재봉을 비롯해 여러 가닥으로 뻗은 산줄기 가운데 남서릉 끝자락에 좌룡동이 있고, 남서릉과 남동릉 사이에는 운석이 떨어져 움푹 들어간 분지안의 마을을 용이 누워있는 듯 하다 하여 ‘와룡동’이라 했다. 또한 남동릉 끝자락에 솟은 봉은 용의 머리형상을 하고 있다하여 ‘용두봉’이라 한다.
와룡산은 산세가 수려하고 기묘하다보니 유난히 산사가 많은 산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은 와룡골 안에 청룡사 덕룡사 백천사 백룡사 용주사 와룡사 정도만 남아 있지만 옛날에는 팔만구암자가 있었다고 전한다.
이 와룡산은 1995년 삼천포와 사천이 통합하기 전까지 한려해상국립공원과 함께 삼천포시를 상징하는 산이었다. 청룡과 백룡이 하나의 머리를 두고 다투면서 형성됐다는 이 산은 800m에도 못 미치지만 산세는 1,000m급 못지 않게 웅장하다.
전형적인 육산의 능선위에 펼쳐진 암봉과 바위 군들은 산의 기운을 드높여 주고 있다. 전국 산악인들의 코스에는 전주 ~ 사천간 3번 국도상의 죽림동 남양동사무소에서 마을길을 따라 남양저수지 위로 올라서면서 길이 두갈래로 나뉜다.
갑룡사로 이어지는 순환도로와 남양동사무소에서 와룡산 쉼터주차장으로 가는 길이 있다. 여기에서 갑룡사까지는 2.5km, 갑룡사 아래 새로골 할매집에서 계곡으로 내려서면 민재봉 4.8km 안내판이 있다.
또 이곳에서 다리를 건너 돌탑집을 지나 도암재 약 450m까지는 약 25분 거리로 완만하면서도 가뿐 한숨을 뒤로 하다보면 짤막한 급사면을 올려치면서 고갯마루에 닿는다.
고갯마루에서 도암재 부근에 샘이 있는데 약 200m거리에 있다. 그래서 산행시에 꼭 식수를 준비해야 한다. 와룡산은 도암재에서 새섬바위까지 1km거리에 불과하지만 가파른 능선길이기에 시간이 걸린다.
약 10여분 걸으면 너덜지대에 다다르고 10분쯤 더 오르면 망바위 안부다. 망바위는 상사바위를 포함한 와룡산 남사면을 비롯해 삼천포항 일원이 잘 보이는 곳이다.
망바위를 지나면 벼랑길이 나온다. 난관이 설치돼 있지만 추락할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바위 사면을 거쳐 올라서면 새섬바위 암릉에 닿는다. 새섬바위는 선경처럼 아름답고 동양화속 한 폭의 그림 같다.
신비스런 형상을 뒤로 한 채 바위 옆으로 가로지르다 보면 등날로 올라서면서 새섬바위 정상으로 이어진다. 이 바위는 옛날 천지개벽이 일어나 삼천포 일대가 물에 잠겼을 때 유독 새 한 마리가 앉아 있을 정도의 터만 남아 있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거리가 가깝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1.5km나 떨어져있다. 평범한 능선 길을 따라 20분쯤 가면 수정굴 갈림길이 나온다.
민재봉 북서릉 동사면 해발 약 550m지점에 위치한 수정굴은 16년전까지 수정을 캐내던 곳으로 현재 16개의 굴 입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굴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 개의 굴과 수정을 캐낸 흔적을 볼 수 있다. 8년전부터 이화석씨가 굴 입구 안쪽에 돌과 짚으로 집을 짖고 거주하고 있는데 식수는 이씨가 굴 앞에 놓아둔 물통에서도 구할 수 있다.
산행은 임내저수지 ~ 갑룡사 ~ 도암재 ~ 새섬바위 ~ 민재봉 구간이 3시간 정도. 남양중학교 원점 회귀 산행에는 점심시간을 포함해 6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저작권자 © 영광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