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한다
순간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한다
  • 영광21
  • 승인 2004.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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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살다 살다 이런 더러운 판 속에 사는 것도 지겹다.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하는 선거를 맞이하고서도 자신의 뜻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니 우리 사는 세상이 어찌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세상이란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일반 국민이 자신의 뜻을 표현할 기회는 선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자신의 뜻을 선거 때를 제외하고는 표현할 길이 없는 국민들이 그나마 최소한 자신의 소신을 표현하는 길마저 제약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선거법이다.

적어도 자신이 싫으면 싫다고 심중에 품은 마음은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그러한 표현이 선거법 위반이 된다.

평소에는 하지 못하는 말이지만 선거 때는 훨씬 자유롭게 후보자에 대한 말이 오고가야 함이 맞는데, 오히려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에 대한 이야기를 평소에 하던 만큼도 하지 못하는 게 우리네 실정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중앙선관위의 통보이다. 중앙선관위는 참으로 황당한 결정을 내렸다. 윤민석씨가 새로 만든 노래에 대해 선거법 위반 여부를 문의하자, 중앙선관위는 “언론에 보도돼 널리 알려진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노래로 만들면 선거법의 후보자 비방죄에 해당된다”고 통보했다.

노랫말 가운데 문제가 된 대목은 “일본군 장교 박정희가 쿠데타로 민주주의 말아 먹어도 반란의 수괴 박정희의 딸 한 나라의 당대표가 되는 이 나라”였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축제인 까닭은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적극 참여에 있다. 공정선거라는 명분 아래 경직된 선거법 적용으로 그 축제에 재를 뿌리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중앙선관위의 이번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어찌보면 정답이 없는 문제를 내놓고 답을 고르라고 하는 것이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훑어보아도 답은 없는데 답을 선택하라고 하니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유권자인 우리는 틀린 답 중에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비록 황당한 일이지만 차선이라도 선택하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에 처한 사람들이 우리 유권자라고 하겠다.

무릇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덕목은 자신보다는 주민을 위하는 일을 하여야 하니 봉사정신이 있어야 하고, 정치나 행정은 가치의 공정한 배분과 다양한 주민의 욕구로 생기는 갈등을 조정해야 하니 사려가 깊어야 하며, 기존의 법과 관행이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진 까닭에 이를 깰 수 있는 용기가 마땅히 있어야만 한다.

이러한 덕목을 고루 갖춘 후보자가 있으면 말할 수 없이 다행스럽겠지만 모두를 갖춘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차선을 선택하여 두가지라도 갖춘 후보자를 선택하여야 하고, 그도 없다면 한가지 덕목이라도 확실하게 갖춘 후보자를 선택하여야만 한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세상이기에 어설픈 장밋빛 꿈보다는 검증된 민들레나 냉이가 훨씬 낫다. 당선되고 나면 목에 힘이 들어가기보다는 오히려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사람,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기보다는 우리의 아픔을 가슴으로 들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우리는 4년이란 세월을 들러리 인생으로 살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