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올 한올 엮다보면 내 삶도‘뜨개질’
한올 한올 엮다보면 내 삶도‘뜨개질’
  • 영광21
  • 승인 2004.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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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문화예술인 37 -뜨개질 이혜정
“마음 차분하게 하는 뜨개질 취미로 최고입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손수 떠준 원피스 모자 코트를 입고 나가면 동네 아주머니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곤 했다. 작아진 옷이나 어머니가 예전에 입던 옷을 풀어서 옷이나 작은 소품을 떠주던 기억은 슬며시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한다.

이처럼 손뜨개에 대한 느낌은 편안하고 기분 좋은 아련한 추억 같은 것이다. ‘솜씨방’이라는 간판이 쓰여진 수예점 문을 두드리고 들어서니 손으로 직접 떠진 옷가지들과 소품 등이 여러 종류의 실타래와 함께 오는 이를 반긴다. 20년간 뜨개질과 가까이 지내다 이곳에 수예점을 차린 지는 7년 정도 되었다는 이혜정(41)씨.

결혼하기 전부터 뜨개질 하기를 좋아했다는 이 씨는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조금 키우고 나서 작은 수예점을 하나 낸 것이 뜻하지 않게 뜨개질 인생에 들어선 계기.

어렸을 때부터 늘 뜨개질을 하던 어머니와 언니 때문에 그도 뜨개질을 쉽게 접했었고 별 두려움 없이 선뜻 나선 일이었지만 좀더 배우려고 해도, 자료를 구하려고 해도 체계적으로 뜨개질을 가르치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는 수예관련 책들을 보며 스스로 익혀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문적으로 뜨개질을 시작한 그는 무엇이든 척척 만들게 되고 그를 찾는 손님에게는 정성스레 꼼꼼히 뜨개질을 가르쳐 주었다.

이 씨는 “손님들이 처음 가르쳐줄 때는 뭐가 뭔지 몰라 헤매지만 풀어서 다시 뜨고 또 뜨면서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뜨개질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고 시간도 잘 보낼 수 있어 여성의 취미로는 최고인 것 같다”고 뜨개질의 매력을 소개한다.

그는 또 “뜨개질을 즐기는 층도 초등학생부터 할머니 층까지 다양하다”며 “기성복이 많이 나와 손뜨개 옷을 잘 입지 않을 것 같아도 손뜨개는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씨는 대바늘보다는 코바늘 뜨기를 더 좋아한다고 전한다. 그는 직접 만든 옷을 입고 다니기도 하지만 주위에 선물을 하기도 하며 값진 정을 나누고 있다.

뜨개질로 옷만 만드는 것이 아니고 모자, 가방 등의 소품에서부터 침대카바, 자동차시트, 핸들카바, 커텐 등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손으로 만들어 가는 수예품으로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가치와 예술성이 높은 작품임이 틀림없는 것이다.

그는 오늘도 모인 주부들과 담소를 나누며 열심히 뜨개질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희망하고 있다. 각자가 정성껏 만든 작품을 한껏 뽐낼 수 있는 실력가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