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민주주의 가로막는 실명제 철회하라!
인터넷 민주주의 가로막는 실명제 철회하라!
  • 영광21
  • 승인 2004.04.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넷 실명제에 관한 몇가지 오해
12일 자정을 기해 개정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따라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의 실명확인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인터넷 민주주의를 거스리는 조치로 판단돼 본사를 포함한 많은 언론사들이 인터넷 실명제 불복종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본사는 이 일환으로 지난 10일부터 <여론광장>을 폐쇄조치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12일 실명제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번 선거기간 동안에는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해 본사는 <여론광장>을 12일 오후부터 재가동했다.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함께하는 국민행동'이 펼치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에 관한 몇가지 오해>를 발췌 게재한다. / 편집자 주

시민사회단체들은 모든 실명확인에 반대하나
시민사회단체들은 개별 인터넷 사이트에서 실명확인을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각 사이트나 커뮤니티에서 자기 사이트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 꼭 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실명확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국가인권위원회나 시민사회단체들이 인터넷 실명제에 반대하는 것은, 법률에 의해 그것도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강제적으로 시행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언론사만 대상으로 시행되는 것이 아닌가
지금 제출된 선거법 개정안 제8조 5항은 인터넷 언론사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시사에 관한 보도 논평 및 여론 등을 전파할 목적으로 취재 편집 집필할 기사를 인터넷으로 통하여 보도,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경영, 관리하는 자와 이와 유사한 언론의 기능을 행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경영, 관리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웹사이트 중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홈페이지가 단 하나라도 있을까? 홈페이지는 원래 그 존재 자체가 언론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법 자체만 놓고 보면 실명확인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모든 인터넷 홈페이지가 처벌대상이 된다.

기성언론에 반해 인터넷 언론만 실명을 하지 않는 것은 불공정한 것 아닌가
기성언론이 기사 실명제를 채택하는 것은 일반 시민들로부터 기사의 권위를 인정받고 신뢰를 얻기 위해 그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채택한 것이다. 어떤 법률도 기사 실명제를 강요하지 않았다. 인터넷 언론에서도 자신의 글에 대한 권위와 신뢰를 획득하고자 하는 네티즌들은 자발적으로 실명을 쓴다.

지금 인터넷 실명제가 목표로 하는 것은 세칭 ‘∼카더라’ 수준의 자유게시판 게시물들이나 댓글들이다. 이런 뜬소문들은 뜬소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 뜬소문 속에는 무수한 진실의 단초들이 들어 있다. 이 단초들을 끄집어내고 각종 근거와 논리들로 다듬어낼 때 사회적으로 논의해볼 만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다.

사이버 공간은 익명의 공간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현실세계가 실명의 세계이고 사이버 공간은 익명의 공간이라는 설명은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현실세계와 사이버 공간 모두 실명과 익명이 공존하는 공간일 뿐이다.

이미 상당수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자율적으로 실명확인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을 사용하다보면 IP나 쿠키 등 개인을 확인할 수 있는 무수한 흔적을 남기게 된다.

반면 현실세계에서도 발신자를 확인할 수 없는 전화,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유인물이나 대자보, 투서 등 익명의 표현과 행위들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누구도 현실세계의 모든 유인물에 대해 실명확인을 거친 후에 배포하라고 하지 않는다.

실명확인을 하면 비방이나 명예훼손 같은 게시물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예전에 PC통신 시절에는 실명확인을 하지 않으면 접속조차 할 수 없었다. 그 때도 비방과 명예훼손, 욕설 문제는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지금도 실명확인을 하는 사이트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 사이트에서도 여전히 그런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실명확인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실명확인을 하면 욕설이나 악성 표현이 다소나마 줄어들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법률로 전 국민에게 강제하는 것은 사실상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다.

실명확인을 하지 않으면 범죄수사하기가 어렵다는데요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은 IP 주소나 쿠키 정보 등 다양한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최근 경찰은 전국의 거의 모든 PC방의 IP 주소를 확보하여 5분 안에 출동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문제가 되는 게시물들에 대해서는 사후에 얼마든지 추적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전에 실명확인까지 거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인터넷 실명제가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밝혔다.

언뜻 보기에는 다소 느린 것처럼 보여도 역시 수사기관이 법적 절차를 지키면서 과학적 방법으로 수사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자신의 글에 떳떳한 사람이라면 실명 확인을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금지된 물건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면, 아무 때나 소지품 검사를 하더라도 상관이 없을까? 마찬가지다. 어느 사회에든 스스로의 양심에는 거리낄 것이 없다 하더라도, 사회의 억압적 문화나 편견으로 인해 부당한 고통을 받게 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양심을 온전히 지켜내기 위해서는, 사회의 부당한 비리와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익명의 공간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에도 이런 제도가 있나
사상 유례없는 제도이다. 일단 우리나라처럼 주민등록번호가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 또, 주민등록번호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처럼 민간에서 광범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때문에 유럽연합에서는 의회 차원에서 물품 대금 징수나 범죄 수사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터넷의 익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