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요즘 보수언론과 일부 경제단체들의 주장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우려가 생긴다. 정치권에서는 그 효용성이 다하여 선거에서조차 사라진 색깔론이 슬며시 경제로 다분히 의도적인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색깔론으로 인해 민주주의와 자유가 파괴되는 것을 생생하게 경험한 우리는 해묵은 색깔론이 포장만 약간 바꾼 채로 경제계에 등장한 사실을 예사롭게 보아넘길 수는 없다.
좌파적 경제정책과 반시장주의, 반기업정서를 들먹이면서 기업개혁과 지배구조개선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과 제도들을 도외시하려는 주장의 출현에 심각한 걱정이 앞선다. 색깔론이 가지고 있는 사회 파괴력과 인권말살이라는 엄청난 위력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17대 총선 결과 다소 개혁성향의 열린우리당이 국회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진보성향인 민주노동당이 국회의원 10명을 당선시키며 원내진출에 성공하자 이를 불안하게 여긴 집단에서 경계의 목소리를 내기에 이르렀다.
일부 경제단체들과 경제연구소들 그리고 보수언론들은 노무현 정부가 좌파경제와 반기업, 반시장주의와 분배위주의 포퓰리즘(Populism)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노무현 정부의 좌편향을 염려하고 나섰다.
보수언론과 경제단체들은 경기불황을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활동을 제한하는 모든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들은 아울러 이에 반하는 정책은 모두 반시장주의적이고 반자본주의적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주장에 불과하다. 우선 노무현 정부는 지난 1년간의 실제 경제정책의 운용과 집행에서 이미 좌파적 성향이 없음이 드러났다. 또 개혁적 성향도 상당한 정도 퇴색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과거 노동운동에 도움을 줬던 인권변호사 시절의 감상이 노무현 대통령의 심중에 설사 남아있다손 치더라도 대외의존성과 대기업위주의 경제상황하에서 좌파적이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적인 경제정책이나 복지정책을 추진할 형편이 못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케묵은 색깔론을 경제에 끌어들여 노무현 정부의 좌파적 경제정책을 경계하는 것은 보수언론이나 경제단체들이 얻고자 하는 다른 것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의 폐지라고 하겠다.
겉으로는 반기업적 경제정책과 반시장주의를 경계하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정책, 특히 기업집단지정제도,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출자총액제한제도, 부채비율 규제, 지주회사 규제제도의 전면적 재검토와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 집단에 대한 규제가 왜 생겼는가를 간과한 시대착오적인 처사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은 과거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큰 원동력이었던 반면에 많은 부정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런 부정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기업의 구조개혁을 유도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 대기업에 대한 규제인 만큼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재벌개혁 정책, 부실경영자의 책임추궁 등과 같은 준엄한 시대적 요구에 색깔론을 끌여들여 반시장, 반기업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지난 날 독재자를 반대하는 것을 마치 북한을 지지하고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것으로 호도하던 악몽의 되풀이가 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국가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는 시장원리가 아니라 국민의 행복실현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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