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절박한 현실 회생시켜야 한다
농촌의 절박한 현실 회생시켜야 한다
  • 영광21
  • 승인 2002.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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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홍연 <영광군 쌀대책위원장>
거센 비바람에 쓰러지고 무너진 농작물과 논밭의 처참한 몰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톨의 식량이라도 더 거두어 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고자 피땀흘려 일해오던 농민들이 추운 겨울의 문턱에서 다시 아스팔트 농사를 짓기 위해 거리로 나서게 됐습니다.

그동안 우리 농민들은 민족경제의 기간산업으로 농업을 지켜내고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생활공동체로서의 농촌을 지켜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그러나 WTO를 앞세운 미국의 수입개방 압력과 개방화, 세계화의 미명아래 농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 오고 있는 정부의 잘못된 농업정책은 연이어 가격파동과 이에 따른 농가부채증가, 이농 등을 낳고 있으며 농업, 농촌은 회생불능의 벼랑 끝으로 내몰려 있습니다.

특히 한·칠레자유무역협정 체결과 2004년 WTO 재협상을 앞두고 정부와 대기업, 다국적 농업자본들은 농산물에 대한 모든 관세철폐와 각종 검역제도에 대한 규제완화를 요구하며 사실상 우리나라의 농업을 해체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변형과 방사선을 쬐인 수입농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식량자급율은 매년 큰 폭으로 하락해 현재 27%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경에 놓여 있습니다.

또한 매년 30만 이상의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고 있어 교통 실업 환경문제 같은 도시문제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렇듯 붕괴 일로에 놓여있는 농업, 농촌의 현실은 농군(農郡)인 영광의 경우 그 어느 지역보다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구의 5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영광의 경우 쌀농업이 무너지면 곧바로 농촌이 무너지게 되고 결국 영광의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광군민 여러분!
이제 농업이 처해있는 문제는 농민만의 것이 아니며 농민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처지에 있습니다. 지난 94년 UR협상 당시 보여주었던 농업에 대한 높은 애정과 관심을 다시 모아 농업회생의 힘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영광군민 여러분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입니다.

우리 농민들은 당면한 농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찍이 경험해보지 않은 대규모 농민집회를 11월13일 서울에서 개최했습니다. 농업농촌의 절박한 현실을 전국민에게 알리고 국민들의 힘을 모아 농업농촌을 회생시켜 내는 발판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보수언론들은 벌써부터 11월 13일 농민대회를 집단이기주의 운운하면서 그 의미를 훼손하려 했고 농민들의 참여를 가로막거나 농민대회에 대한 각계각층의 참여와 지원을 저지하려 했었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방해책동에 대해서 농민을 대신해서 단호히 맞서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농민대회와 관련한 교통정체 등에 대해서도 뒤늦게나마 너그럽게 이해 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농민들은 농업회생을 위한 8대 요구안을 기어코 관철시켜 안전한 먹거리와 삶의 공동체가 살아있는 정다운 고향을 지켜내는 것으로 영광군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13일에 개최된 전국농민대회에서 우리 영광군 농민들은 ▲2004년 WTO 쌀 재협상에서의 관세화 유예조치 관철 및 최소시장접근물량 증가 저지 ▲식량자급계획 수립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 거부 ▲농업통상협상권 농림부 이관 및 농민대표 참여 보장 ▲농가부채 특별법 재개정 ▲실질적농가소득 보장 대책 마련 ▲재해보상법 제정 ▲쌀값 보장을 위한 특별 대책 마련 등 8대 요구안 이행을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그동안 경제발전의 뿌리였던 농업, 농촌이 지금은 국민으로부터'골치아픈'산업, 또다시 '공산품' 수출을 위해 희생돼야 할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정말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해 한·중 마늘협상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쌀수입 자유화문제 등 일련의 농업현안문제를 둘러싼 정부 언론의 행태를 보면 농민들은 가슴터지고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약소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대세다', '개방이 불가피하다'라는 소극적이고 사대주의적 자세는 우리나라가 주권국가인지,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일부 국민들 또한 정부와 언론의 이러한 태도에 동의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IMF 사태 이후 부익부빈익빈이 심해지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20대80의 사회는 도시민들의 농업, 농촌에 대한 이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물과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고 있듯이 농업, 농촌의 중요성이 국민들 인식 속에서 날로 희박해져 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농민들의 요구는 '집단이기주의'로 내몰리고 극단적으로 '세상물정 모르는 무지랭이'의 취급마저 받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농업을 '공업'과 달리 '보호'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한번 기반이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고, 농업이 '사양산업'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유럽연합 등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세계각국이 자국의 농업이 전체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자리수 밖에 안되지만 곡물자급도를 100~200% 유지하면서 농업, 농촌을 보호하고 있는 것도 농업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농민만의 외침으로는 농업, 농촌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농업에 대한 철학의 부재와 그릇된 인식이 계속되는 한 건강한 사회는 불가능합니다. 올바른 공동체사회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우리 영광농민들은 바쁜 일정을 미루고 서울로 갔습니다. 아무쪼록 사고없이 안전하게 우리 농민의 목소리를 끝까지 반영하기 위해 주민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