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라크 포로들에 대한 미군 병사들의 야만적인 ‘성학대’ 장면이 미국 CBS 방송, 시사잡지 뉴요커 등을 통해 공개되면서 세계는 경악했다. 대항할 힘이 전혀 없는 전쟁포로들의 옷을 벗겨 성적 모욕을 주고 전기고문 위협을 가하면서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카메라 앞에 낄낄거리며 포즈를 잡는 미군 남녀병사들의 표정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악마의 그것과 같았다. 영국군도 미군에 조금도 뒤지지 않음이 영국 대중지 데일러 미러에 의해 밝혀져 충격이 더욱 컸다. 그들은 이라크 청년의 사타구니를 개머리판으로 때리고 군화발로 짓밟았으며, 심지어 머리에 소변세례까지 퍼부었다. 차마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추악함이다.
미군과 영국군의 행위는 인간성을 철저히 짓밟는 야만 그 자체였다. 인간의 이성은 마비되고 광기만이 판치고 있었다. ‘포로의 대우’에 대한 제네바협정 위반에 대해서 언급할만한 여지조차 남기지 않은 참으로 낯뜨거운 행위였다.
“이는 미국인들의 본성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행해지는 방식의 것이 아니며 나는 이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이라크 포로들이 이러한 대우를 받은 것에 깊은 혐오감을 공감한다”고 부시는 말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의 언론들은 미군의 이라크 포로 성학대 및 고문이 군수뇌부의 지시에 의해 자행되고 방임된 ‘조직범죄’임을 속속 밝혀내고 있다. 부시의 거짓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미군의 만행은 일부 병사들의 일탈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미국이 아랍과 이슬람세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적대감의 결과이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나라임을 자처하면서도 아랍인들을 비롯한 유색인종에게는 이중적 기준을 들이대는 미국인들의 위선과 기만이다. 서부 개척시절부터 수많은 침략과 약탈이 있었지만, 승리자 미국은 그것을 은폐했다.
전쟁을 부추긴 후 무기를 팔아먹고, 친미정권을 위해서는 테러와 암살을 서슴치 않는 힘에 의한 세계지배를 했다. 이것이 미국인들의 이중성이 숨쉬고 있는 토양이다. ‘미국 내에서’는 야만적 행위를 하면 안되지만, ‘미국 밖에서’는 해도 된다는 것이 바로 미국인의 숨겨진 본성이다.
아무리 변명해도 소용없다. 애초에 이라크 전쟁은 정당하지 못한 침략전쟁이었다. 침공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사담 후세인이 체포되었지만 평화는 오지 않았다. ‘이라크민중의 해방과 민주주의’는 추악한 미국인들이 내뱉는 미사여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힘의 논리’를 빌리지 않고 미국과 영국을 평가한다면 그들은 침략자일 뿐이며 규탄받고 처벌받아야 할 대상이다. 물론 아직도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설치를 방해하고, 고문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에 반대하는 망나니짓을 태연하게 할 정도로 막강하다.
이라크 추가파병을 앞두고 있는 우리 정부도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야만의 전장에 무턱대고 우리 젊은이들을 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이고, 미군이 저지른 만행을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에 동참해야 한다.
지금 우리 정부가 할 일은 미국의 추가파병요구에 굴복해서 ‘나름대로 자주적인’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명분없는 전쟁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도록 일조하는 것이다. 부시 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침공은 빠른 시일 내에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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