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체성 확립후 외국문화 수입·개방해야
민족주체성 확립후 외국문화 수입·개방해야
  • 영광21
  • 승인 2002.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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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영광성당(대표 이준형 신부)이 10월 25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7시30분에 5차례에 걸쳐 제1기 민족평화학교를 개최한다. 이번 민족평화학교는 2000년 6월15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공동선언정신을 기리고 분단으로 인해 한반도의 안녕과 평화가 항상 불안한 상황에서 그에 대한 본질적 원인접근과 근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기획됐다.
이번 강좌를 기획한 하선종 핵추협 사무국장은 "6·15선언의 실천이 곧 통일"이라며 "이번 강좌가 영광에서부터 통일의지를 모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본지는 이 강연 내용을 5회에 걸쳐 요약·정리해 게재한다.

1. 한반도 통일과 주한미군
2. 북미 제네바 합의와 6·15 남북공동선언의 의의
3. 여성의 시각으로 본 생활속에서의 반미
4. 2002년 대선과 몇가지 문제

지난 여름 태풍 루사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농촌은 쑥대밭이 됐다. 농민들의 마음은 온갖 정성을 들여 다 키워 놓은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농민들을 더욱 분노에 떨게 하는 것은 수천년 우리 민족을 먹여 살려온 생명과도 같은 농업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어디 한두 가지겠는가.

지난 겨울 동계 올림픽에서 오노라는 스케이트 선수가 부정한 방법으로 금메달을 따고 나서 남한 사회는 때아닌 반미열풍으로 술렁였다. 그 때 인터넷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오노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미국 상품을 사지도 입지도 말자는 불매운동으로 불붙기도 했다.

미국상품 불매운동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미국기지 철거 운동으로까지 발전을 했으니 국민들의 분노는 예상보다 컸다. 그러던 와중에 의정부에서 어린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의해 처참하게 깔려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민들의 공분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후 여러 달이 흘렀건만 아직도 진상규명도 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이 어느 정도일까?


쌀은 민족의 생명이다
이제 쌀 농사를 짓던 우리 농민들은 농업을 포기하고 도시로 가거나 아니면 과실이나 마늘 등의 다른 작물로 전환을 할 것이다. 영농을 포기한 농민들이 다른 작물로 전환할 경우는 상황이 조금 나을까.

해마다 정부의 권유로 작물을 바꿔 해당 작물에 농민들이 몰려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여 밭을 갈아엎는 모습들을 TV를 통해 수도 없이 보아왔다. 그나마 그동안은 일부분에 불과했던 일이 이제는 농업 인구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쌀 농가가 모두 다른 작물로 전환하게 되면 다른 부문의 농사도 연쇄적으로 망하고 마는 것이다.

이제 한국 농업이 회생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수천년 우리 목숨을 잇게 해준 농업을 볼모로 잡고 농민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을 희생시키면서 WTO를 앞세우고 미국이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

“그 집 아이도 아토피에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가 바로 아토피 피부염이다. 심하든 약하든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이가 너무 많아 오히려 아토피에 걸리지 않고 자라는 아이가 희귀하다. 요즈음은 어른들에게도 아토피가 생긴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시절 미국으로부터 제공되는 원조는 가뭄에 내리는 단비와도 같았고 미국은 구세주였다. 50년대 말 무상 원조가 중단되고 유상원조가 들어오더니 나중에는 빚을 내어 줄테니 이자를 내라고 했다. 우리 먹거리 문화에도 일대 바람이 불었다.

곡류와 채소 중심의 식습관이 육류와 유제품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하고 아이들의 먹거리 또한 큰 변화를 겪었다. 그 부작용의 대표격이 바로 아토피 피부염이다.
모든 개방을 다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외래 문화의 유입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민족의 주체성을 확고히 한 가운데 외국 문화의 수입이나 개방이 미칠 영향을 치밀하면서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고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것은 촌스러운 것이여!
적어도 언제인가부터 젊은 청년들이 성조기 문양을 새겨 넣은 윗옷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던 필자의 눈에는 지난 여름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기간의 태극기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가슴에 성조기를 달고 다니는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꼭 그들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보게 되고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말고 어떤 나라가 자기 나라 국기도 아닌 것을 가슴에 버젓이 새기고 거리를 활보한단 말인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번화한 도시의 거리를 걷다보면 국적도 없고 의미도 알 수 없는 숱한 외래어들이 범람하고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큰 나라의 것은 아름답고 고귀하며 멋진 것이기에 큰 나라의 것은 무조건 좋다’는 사고가 빚은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지금 한국사회를 이끌어 가는 위정자들은 사대주의를 온 국민들에게까지 강요하려 들고 있다.

사대주의는 ‘아닌 것은 아니라’고 정확하게 말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큰 나라의 것이라면 뭐든 좋다는 생각을 주입함으로써 국민들을 우매하게 만든다. 사대주의는 ‘큰 나라가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없고’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도록 국민들의 판단력을 흐려 놓곤 한다.
그리고 외친다. ‘우리의 것은 촌스러운 것이여’

‘우리’는 없고 ‘나’만 존재하는 사회
요즈음 세상 살기가 너무 각박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옛날에는 가난하게들 살았지만 이웃과 나눌 줄 알고 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자기밖에 모른다는 얘기다. 맞는 말이다.

내 아이만은 특별하게 키운다는 모성속에 다른 아이는 안중에도 없는 풍토, 개인의 출세를 최고의 가치로 두고 경쟁만을 부추기는 분위기, 돈이 있어야 사람 대접 받는 황금 만능의 사회. 엄마가 되고 나서 세상을 보니 착잡한 심정이 든다.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 버린 우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의 후대가 이끌어 갈 세상은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는, 엄마로서의 사명감을 수도 없이 느낀다.

이 땅의 모든 엄마들, 여성들이 세상을 보는 바른 눈을 가지고 불합리하고 부정한 사회를 조금씩 바꿔갈 수 있는 실천이 다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왜’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 아이들처럼 모든 사회현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원인을 분석해 보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손미희(반미여성회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