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 53 - 태백산(1,560.6m) 철쭉
태백산에 한번이라도 가 본적이 있다면 그 영롱한 철쭉을 기억할 것이다. 육산의 둔중한 마디에서 베어 나오는 연분홍 색상은 바리톤의 맑고도 깊은 울림이며 끊임없이 퍼져나가는 연분홍빛 하늘은 연주자의 폭넓은 무대다. 그런가하면 세월의 깊이를 갈무리한 늙은 주목의 단아함은 고뇌하는 연주자의 눈빛이고 환호하며 피어 물든 꽃잎들은 감동한 청중들의 갈채다. 이 장중한 소백산 무대에서는 매년 5월25일부터 5일간 태백산 일원에서 철쭉제 행사를 한다.
그런가하면 두리봉(1,353m)은 백두대간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봉우리의 중턱에서 발원한 현동천은 고선리와 현동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들며 남해바다를 향해 흐른다. 이 화천의 상류가 구마동계곡인데 지금은 산천어와 열목어를 풀어놓은 청정계곡이지만 30여년전에는 광산이 있었고 춘향목을 베어내던 벌채의 현장이었다.
개발이 중단된 후 자연의 자생능력으로 스스로 숨통을 트기 시작했고 다시 맑은 물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자연이 이뤄낸 기적인 샘이다. 받은 것은 없지만 베풀기만 하는 자연 그 놀라운 세계에 철쭉이 만발한 것이다.
태백지역의 낙동강 상류하천이 광산으로 오염이 심하다는 것은 이미 상식일 것이다. 채탄지역의 검은물과 규석광산에서 쏟아내는 검은물은 황지천의 빛깔을 탁하게 오염시켜 죽음의 강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낙동강의 지류인 이곳 구마동계곡은 예외다. 청옥산 북쪽의 백천계곡과 함께 낙동강 상류에 맑은물을 공급하고 있는 샘이다.
청명한 날 동해바다 오징어잡이배도 보여
태백산은 주봉인 장군봉과 이웃인 망경봉에 있는 천재단(중요민속자료 제288호)이 더욱 유명하다. 청명한 날에는 동해 오징어잡이배의 집어등과 울릉도가 보이기도 하는 천제단은 둘레가 27m 폭8m 높이3m로 쌓은 원형의 제단이다.
이곳은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방백수령과 백성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고 구한말에는 나라를 구하고자 우국지사들이 천제를 올렸던 곳이다. 한백검(단군을 뜻함)이라고 쓰여있는 제단은 무속인의 성전(聖殿)이다.
매년 10월3일 개천절에 천제를 올리는 행사가 열리고 강원도민 체육대회 성화가 이곳에서 채화된다. 천제단 아래 망경사 방면으로는 객사한 어린 임금의 사연이 담긴 단종비각이 있다. 단종비각에서 북동으로 약 200m거리인 망경사는 약 1,300여년전 신라 진덕여왕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그러나 6·25때 소멸됐다가 1979년에야 법당과 삼성각이 중건됐다. 경내에는 우리나라의 명수백선(名水百選) 가운데 으뜸으로 친다는 용정(龍井)이 있다. 태백산하면 명물의 하나가 주목이다. 주목군작 일원에는 철만되면 철쭉이 한창이다. 또한 군락을 이룬 산죽과 얼레지도 철쭉에 뒤질세라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내고 있다.
주목군작 일원 철만되면 철꾹화사
태백산 오르는 길은 당골 백단사 유일사 등 세곳이다. 수도권에서 찾을 경우에는 태백시내로 들어가기전 먼저 도착하는 유일사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 코스는 길이 평범하고 아기자기한 곳이 많아 구경삼아 오르기가 편하며 도로에서 남쪽으로 난 오솔길로 약 10분 거리에 이르면 정상으로 가는 길 안내판이 반긴다.
유일사 2.3km 장군봉 3.7km 천재단 4km라고 쓰여있다. 안내판에서 30분 정도 더 오르면 붉은 속살을 드러낸 주목이 나타나고 태백산 정상인 장군봉에 닿는다. 장군봉에도 둘레 20m 높이 2m규모의 제단이 있다. 이 장군봉 제단에서 매년 6월 중순 태백시 산악협의회가 철쭉제 제사를 지낸다.
장군봉에서 천제단을 지나 약 800m 거리에 이르면 부쇠봉(1,549m)에 이른다. 부쇠봉에서 남쪽 능선길은 백두대간이다. 무쇠봉에서 동쪽으로 난 능선길이 문수봉으로 가는 길이다. 부쇠봉에서 문수봉으로 가는 길은 사스레나무 아래로 철쭉꽃이 만개해 오는 이를 반긴다.
문수봉에서 하산은 두코스가 있다.
문수봉에서 북동능을 타고 석탄박물관에 이르는 코스(4km 약 1시간30분 소요)와 문수봉에서 다시 부쇠봉쪽 삼거리에 이른 다음 삼거리에서 북쪽계곡인 당골을 경유해 단군성전앞에 으르는 코스(3.9km 약 1시간30분 소요)가 있다.
백단사코스는 자동차길을 벗어나 매표소에서 남쪽 오솔길로 20분 거리인 극락교를 지나 해발 1,200m인 반재를 넘어 장군봉 ~ 망경사 ~ 단군비각 ~ 부쇠봉 ~ 석탄박물관 ~ 당골에 이르는 길이 5시간 정도 소요된다. 태백산은 어느 코스를 이용해도 5시간이면 충분한 산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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