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오는 5일이면 우리 지역에서 도지사와 홍농읍 군의원 보궐선거가 실시된다. 이번에 보궐선거를 실시하는 도지사와 군의원은 모두 유명을 달리한 터에 실시되는 관계로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은 무거운 게 사실이다.반가운 얼굴들이 오순도순 모여 살다가도 선거만 되면 원수로 돌변하는 선거후유증을 선거 때마다 지겹게 겪었던 탓에 권리를 한번 더 행사하는 특혜(?)를 누리는데도 마음은 무겁기만 하고, 기분은 저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착잡한 느낌이다.
선거에 입후보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일지 모르나 유권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과정으로 여겨지는 게 틀림없다. 지난 총선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겪어야 할 갈등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선거는 해야 한다.
구조적으로 복잡할 대로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전체를 위한 임무를 수행해야 이 사회가 체계적으로 돌아간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으로 권한정지가 된 기간 동안에 고건 총리가 무리없이 국정을 수행한 경우처럼 빈자리가 있다고 해서 세상이 한 순간에 멈추지는 않는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자처하는 현대를 살아가려면 유권자가 스스로 뽑은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이고 책임정치의 발로다. 매사에 기본이 제대로 되어있을 때 어느 정도 결실을 얻을 수 있고, 책임이 있어야 효율적인 운영을 기대할 수 있는 법이다.
이제 6월5일이면 선거를 치루어야 하는데 세상은 한시적 풍랑으로 다시 넘쳐날 것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이라면 투표할 때 버려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은 목숨도 버리는데 그까짓 돈 몇 푼이나 치졸한 지역감정 따위는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히 버려야 한다. 아울러 소중한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천재 한 사람보다는 바보 둘이 낫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 사람의 유권자라도 더 선거에 참여하여야만 기대치에 가장 다가선 일꾼을 뽑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 책 저 책을 뒤지며 무슨 글을 쓸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하였다. 이런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글이 이규보의 〈망해지(望海誌)>에 있었다. 고려라는 한 시대를 풍미한 큰 문인인 이규보가 조정에서 쫓겨나 부평으로 좌천되었다가 다시 중앙 정계로 진출하고 나서 쓴 글이다.
좌천으로 낙심천만하였을 때 지내던 부평과 가벼운 마음으로 신바람이 나서 찾은 부평에서 느낀 풍경의 차이를 적은 글이다. “물도 지난번의 물이요 마음도 지난번의 마음인데, 그때는 보기 싫던 물을 지금은 도리어 즐겨 구경하니, 혹시 한 구구한 벼슬을 얻었기 때문인가.
마음은 내 것이로되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여 때에 따라 바뀌기를 이와 같이 하니, 죽고 사는 것을 한결같이 하고, 얻고 잃는 것을 같이 보기를 어찌 바랄 수 있겠는가 글을 지어 훗날의 경계로 삼는다.”라는 내용이다. 이 글을 선거에 낙선한 사람들에게 바치고 싶다.
선거가 끝나면 당분간 당선자의 웃음과 낙선자들의 한숨이 교차한다. 낙선자의 허탈감을 무엇에 비교할 수 있으랴만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동시에 이룰 수 없음을 알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면 만사가 형통하리라 여겨 감히 되지도 않는 글로 선거 후유증을 봉합해보고자 한다.
박찬석 - 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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