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낙조가 절경인 남도의 해금강 -고두섬횟집에서-

신선들이 살았다는 무릉도원이 이런 곳이런가! 밤을 새워 속삭이던 파도가 십리밖 낙월도까지 달마중을 나가고 나면 저만큼 떨어져 자리를 잡은 고두섬이 아래도리를 벗어 던지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고운 머리카락을 해풍에 휘날리며 두손 꼬옥 잡은 연인들의 뿔고둥 피리소리가 다정하고 고두섬 구석구석 조개를 캐는 아낙들의 웃음소리도 정겨웁다. 병풍처럼 휘둘러 쳐진 해안절벽을 배경으로 먼길을 떠난 아버지를 기다리는 모자바위의 정성이 애틋하고, 뭍을 향해 고개를 빼어 민 거북바위가 마치 살아 움직일 듯 느린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천길 낭떠러지 위 팔각정에서 들리는 감탄사는 낙화암에 몸을 던진 궁녀들의 가녀린 탄식만 같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해안절경을 음미하다가 팔각정과 함께 쌍벽을 이루며 우뚝 솟아있는 중세 성벽의 망루같은 횟집 하나를 발견하고는 단숨에 절벽을 올라 주인을 찾았다. 친절한 안주인의 안내를 받아 자리를 잡은 곳은 2층 특별석(?). 눈아래 한 없이 펼쳐진 갯벌에 횟집 주인이 쳐 놓았다는 어망이 사막을 가로지르는 신작로처럼이나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방금 물빠진 그물에서 건져왔다는 싱싱한 병어회를 내오면서 맛있게 먹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건강에 좋다는 오디술까지 한잔 권하는 데에야 마다할 장사가 없으렷다. 해변의 분위기에 취하고 주인의 친절함에 취해 몇순배 잔이 돌아 취기가 올라왔지만 아직도 입에서 설설 녹는 자연산 병어회는 술발을 더해가고 있다.
무뚝뚝하게만 느껴지던 바깥 주인이 분위기가 좋아 보였는지 그물에 딱 한 마리 걸려 있던 것이라며 가오리회 한 접시를 그냥 내온다. 그리고는 모습과는 달리 다정한 목소리로 오늘은 낙조가 너무 아름다울 것 같으니 그때까지 기다렸다 감상하고 가란다.
어느새 달맞이 갔던 썰물이 돌아오고 고기잡이를 떠났던 배들이 하나 둘씩 만선의 기쁨을 안고 작은 시야로 들어오던 시각, 드디어 바다는 불타기 시작했다. 바다가 불타고 칠산섬이 불타고 그리고 쉼없이 밀려오는 바닷물도 불타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는 적당한 언어를 구사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안견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몽유도원도를 이런 모습으로 그렸을 것이라는 표현 밖에는...!
무릉도원과 그리고 무릉도원을 즐기는 신선들을 위해 자연산회와 건강에 좋다는 약주까지 항상 준비해두고 있는 고두섬 횟집. 이렇게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준 고두섬 횟집 주인께도 감사를 드린다.
고봉주<새마을운동 영광군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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