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를 모두 합하면 400살이여”
“우리 나이를 모두 합하면 400살이여”
  • 영광21
  • 승인 2010.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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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구 너무 오래 살어 징그럽구먼~”
본지 지령400호 특집인터뷰
본지 지령 400호를 맞아 100세 90세 80세 70세 60세 어르신을 만나 400세 나이를 만들어 봤다. 적잖은 인생을 살아온 어르신들의 삶은 각양각색으로 다양했지만 황혼의 무게는 똑같이 드리워져 버거워 보였다. 그래도 만났던 어르신들 모두는 삶을 긍정적이고 올곧게 살아와 심성 고와 보였으며 나이보다 비교적 건강한 생을 살고 있었다.
400호를 맞은 본지도 어르신들의 지혜로운 연륜을 본받아 정론직필의 정도를 걸을 것을 다짐해 보며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 편집자 주



“며느리가 매일 고기반찬 해줘”
최사예 어르신 / 100세·군서면


하얀백발에 하얀얼굴이 창백해 보이는 최사예(100) 어르신.
거동이 불편해 바깥출입이 어려운 최 어르신은 방안에서만 생활하고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부출입을 했다는 최 어르신른 약간의 치매증세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식사는 거르지 않고 잘 드신다고.
함평면 월야면에서 시집온 최 할머니는 면장을 지냈던 남편을 6·25 때 잃고 홀로돼 5남1녀를 성장시켰다. 올해 82세된 며느리를 40세 되던해 맞이한 최 할머니는 60년간 며느리의 정성어린 수발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돼지고기를 무척 좋아했다”는 며느리의 말처럼 지금까지도 돼지고기 반찬만을 즐긴다는 최 할머니는 원래 나이는 102세고 호적나이로 100세라고.



“몸도 건강하고 즐거워 오래 살 것이여”
유성단 어르신 / 90세·영광읍

“저 노인은 딸이랑 사위가 얼마나 잘하는지 몰러.” “암 그렇고 말고 복이 차고 넘치는 노인이제.”
도동리 여자경로당에 모인 어르신들의 부러움에 찬 목소리다.
유성단(90) 어르신은 목포 비금도에서 출생, 결혼해 2남1녀의 자녀를 두고 목포에서 농사를 짓고 살다 딸이 살고 있는 영광으로와 40년 가까운 세월동안 살고 있다. 특히 30세의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됐음에도 자식만 바라보고 살아와 애처로워 보였지만 반대로 위대해 보이기도.
“3남2녀의 맏며느리로 시집와 젊은 시절에는 고생도 많았다”고 지난 세월을 돌이키는 유 어르신은 “딸과 사위가 너무 잘하고 이곳 경로당에 나오면 밥도 주고 체조와 노래도 가르쳐주니 ‘노인천국’이 따로없지”라고 만족을 표시했다.



“이 없어도 잇몸으로 무엇이든지 잘 먹어”
박진용 어르신 / 80세·영광읍

큰 키와 건장한 체격에 밀짚모자를 눌러쓴 박진용(80) 어르신.
점심식사 이후 경로당에 나와 마을어르신들과 담소를 나누는 박 어르신은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 인상 좋게 보였다.
“나는 6·25 때 중부전선에서 싸운 용사였어”라며 씩씩했던 젊은 시절을 밝히는 최 어르신은 6·25 참전용사로 청춘을 집짓는 목공으로 보냈다.
30년간 목수 일을 하며 2남2녀의 자녀를 성장시킨 박 어르신은 결혼을 하지 못한 50세된 막내아들과 평생을 해로한 할머니와 정부에서 지원되는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6·25 때 맞은 파편 후유증으로 다리장애를 갖고 있는 박 어르신은 치아가 하나도 없었지만 “이 없으면 잇몸으로 먹지”라며 행복한 웃음을 보였다.



“자식들이 워낙 잘해 늙발에 팔자폈지”
노영호 어르신 / 70세·영광읍


영광읍 도동리 청풍노인회 총무를 맡고 있는 노영호(70) 어르신.
그는 “5t 트럭을 40여년간 운전하면서도 한번도 사고 난적이 없었다”며 “이삿짐, 농산물 등 각종 화물을 취급하면서 전국 방방곳곳을 다녀봤다”고 말했다.
“1남2녀의 자녀 모두를 대학 졸업시키고 아들은 집도 사줘 결혼시켰다”며 싱글벙글인 노 어르신은 평생 동안의 노동의 대가를 자식에게 모두 쏟아 부었음에도 힘겹기 보다는 보람된 마음이 더 컸다.
이처럼 우리네 부모들의 희생과 헌신을 그대로 베풀고 있는 노 어르신은 마을어르신들의 심부름꾼으로 활동하며 여가를 채워가고 있었다.
노 어르신은 “아내와 건강이 살며 자녀들과 손주들 또한 무탈하게 잘 살길 바란다”고 소망을 전했다.



“여태껏 살아왔는데 그대로 살아야제”
김긍례 어르신 / 60세·백수읍

오후 햇볕이 넓은 마당을 한가로이 비추고 있는 백수읍 죽사리 신정마을의 한 주택.
주인장을 찾아 들어선 집에는 여자어르신 두분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분은 김긍례(60) 어르신, 한분은 김 어르신의 시어머니인 올해 82세된 어르신.
같은 마을에서 ‘갑돌이’ ‘갑순이’로 만나 결혼한 김 어르신은 올해 환갑을 맞은 만60세 된 어르신이다.
요즘 대세인 2년 연하의 남편을 만나 1남3녀의 자녀를 두고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김 어르신은 4남4녀의 큰 며느리로 시집와 집안의 대소사를 숱하게 치렀음에도 “제가 뭐 한 것이 있나요. 시어머니가 다 하셨지”라며 모든 공을 시어머니에게 돌리는 김 어르신은 얌전한 효부로 인정 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