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으로 멋스러움 창조하는 서민들의 애환 ‘터’
정성으로 멋스러움 창조하는 서민들의 애환 ‘터’
  • 영광21
  • 승인 2010.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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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은이용원
영광읍 단주리 영광실업고등학교 맞은편, 5평 남짓한 협소한 공간에 아기자기하게 차려진 이발기구들이 추억속으로 시간을 돌려놓는다.

“어이, 드라이좀 해 줄랑가.”
살짝 부스스한 머리로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문앞에 처진 발을 제치고 들어서는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삼은이용원 조성태 대표.
잠시 쉬는 틈을 타 벗어 놓았던 흰색가운을 갖춰 입고 머리를 손질해 나가는 그는 50여년동안 이발소를 운영한 ‘이발쟁이’다.

현재 이발소를 운영하는 단주리에서 나고 자란 조 대표는 6·25 이후 어려웠던 시절 고등학교 2학년을 다니다 중태하고 이발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1961년 5·16군사정변 이후 이용사면허를 취득한 조 대표는 가난하고 헐벗던 시절의 아픔을 함께 하고 격동기를 맞은 변화를 함께 나누며 긴긴 세월을 주민들과 함께 했다.
경사를 앞둔 주민, 정계에 진출할 예비정치인, 맞선을 보기위한 더벅머리 총각 등 반세기 동안 삼은이용원을 다녀간 사람은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

조 대표는 “요즘처럼 남성들이 미용실을 출입하지 않던 시절에는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쉴 틈이 없었다”며 “특히 명절을 앞둔 시기에는 찾아온 손님이 머리를 미처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고 문전성시를 이뤘던 옛 시절을 회상했다.

문전성시를 이루던 옛 영화 사라졌지만…
각계각층, 천차만별의 손님이 찾아와 각자의 사연을 털어놓고 근황을 알리던 이곳 삼은이용원은 단순히 머리를 손질하는 곳이 아닌 지역주민의 쉼터로, 정보의 장으로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며 애환이 깃든 역사속 주인공으로 남아있었다.

“이용원 밖에서 돌고 있는 삼색등은 정맥 동맥 붕대를 의미하고 있으며 외과의사가 머리를 수술하기 위해 머리를 깎았던 것이 이용업이 생기게 된 유래”라고 설명하는 조 대표.
그는 “이용은 예리한 도구를 사용하는 만큼 바른 정신과 행동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사람의 청결과 인상을 좌우하는 사명감이 뒤따라야 한다”며 “돈을 벌기위한 목적보다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예술작업이라는 전문의식이 중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날만 밝으면 생기는 미용실에 밀려 이용원을 이용하는 남성들이 거의 전무한 상태이지만 영광지역에는 아직도 50여개의 이용원이 운영되고 있다.

지역 이용업계의 ‘최고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조 대표는 현재 한국이용원협회 영광군지부장을 맡아 바른 서비스와 거래원칙을 지향하고 있다.

기술과 청결 그리고 보여지는 아름다움이라는 의미로 이용원 이름을 ‘삼은’이라고 정한 조 대표는 성업을 이루던 시절에는 이발, 면도, 세발 등 분야별로 직원을 두고 운영했지만 지금은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대가 변해 모든 이용도구가 사용하기 편리하게 변했지만 아직 물조리를 이용해 머리를 감기며 옛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더욱 정겨운 삼은이용원.

올해 72세된 조성태 대표는 슬하에 2남3녀를 모두 장성시키고 생활을 유지하게 해준 이용원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힘닿는 한 이끌어 갈 것을 약속했다.


인터뷰 / 조성태 삼은이용원 대표

“서민애환 깃든 이곳 잘 지켜야죠”

일찍이 이용업을 시작해 오랜 세월 운영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오면서 인생을 배웠고 삶을 함께 나누며 살았다.
검은 머리로 찾아왔던 젊은 청년이 반백이 돼 찾아오고 하나 둘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세월의 덧없음을 느끼곤 한다.
남성들의 미용실 출입이 늘면서 최근 이용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심지어 생계유지를 위해 틈틈이 막노동을 전전하는 경우가 있어 현실적인 아픔에 직면해 있다.

그래도 변함없이 찾아주는 단골 고객들이 있어 이용사들은 사업을 지탱하고 있으며 기술을 넘어 예술이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처한 현실이 비록 열악하고 어렵더라도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킨 보람으로 열심히 임해주길 바란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