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우호교류 통한 우수사례 벤치마킹 계기 마련·어학연수 유치 적극 희망

영광군과 필리핀 로사리오시 공무원의 교환연수가 양 자치단체에서 10월4~17일까지 14일간 실시됐다.
영광군에서는 행정지원과 이영길 교육지원담당과 재무과 황우섭씨가 필리핀 로사리오시를 방문해 필리핀의 지방자치제도와 행정시스템을 견학하고 저렴하고 효과적인 학생 영어연수 프로그램을 모색하며 영광군의 이미지와 장점을 필리핀 현지에 전달하고 귀국했다. 로사리오시에서는 로사리오 아라너스 행정보좌관과 신시아 아티스타 농업관련 공무원이 영광의 농정, IT분야, 행정적 기술적 지식습득 등을 영광군에서 연수했다.
이 같은 공무원간 교환근무는 영어권 교류도시로 지난 3월 로사리오시 대표단이 영광군을 방문해 우호교류 의향서를 체결한 후속조치로 이뤄졌다. 본지는 이번 교환근무에 참여한 연수자들의 연수기를 의뢰해 신문에 게재한다. / 편집자 주
해외경험이 적은 나로서는 이번에 추진한 ‘영광군과 로사리오시 공무원 교환연수’를 주제로 한 필리핀 해외연수에 상당한 호기심과 설레임 그리고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라는 두려움마저 들기도 했다. 그러나 여행을 통한 낯선 곳에서의 체험은 삶의 활력소가 되고 생활을 윤택하게 해 준다는 생각과 마음으로 연수에 임할 수 있었다.
이번 연수는 영광군과 필리핀 로사리오시 공무원간 교환연수로 양 자치단체의 상호신뢰와 우호교류 차원에서 실시하게 됐다. 다양한 우수행정 사례를 비교 견학함으로써 국제적인 안목을 넓히고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군 행정에 접목 활용코자 14일간 일정으로 필리핀 로사리오시를 방문한 것이다.
필리핀은 1년 내내 무덥고 인구는 8,461만명, 국토면적 29만9,000㎢이고, 7천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다. 스페인·미국·일본의 오랜 식민지생활을 거치면서 영어를 사용하게 됐지만 대부분의 큰섬에서는 개별적인 방언을 사용하다보니 통일되지 못하고 이질화된 문화를 개선하고자 ‘따갈로어’를 국어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필리핀 국민은 영어, 필리핀어(따갈로어)를 기본으로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우리 일행은 2명으로 10월4일 인천공항에서 오전 8시30분 마닐라행 비행기를 타고 5시간만에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 내려 마중나온 일행과 점심식사를 하고 로사리오시로 출발했다. 창밖엔 끝없이 펼쳐지는 사탕수수와 코코넛, 바나나 등 열대 과일나무들이 드넓은 농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이번 연수기간에 과일을 많이 먹을 것 같아 서로 좋아했다. 로사리오시청에 도착하니 그곳의 직원들이 마중을 나와 반겨 줬다. 특히 우리 방문을 환영하는 프랑카드를 시청 정문에 걸어 우리를 더욱 놀라게 했다.
로사리오시의 1년 예산액은 약 45억원, 바탕가스주의 4번째 자치구역으로 48개 행정구역, 면적은 2만7,924㏊, 계절은 우기와 건기로 나눠진다. 종교는 대부분 천주교이며 인구는 약 8만9,000여명, 주요교통수단은 오토바이에 좌석을 달아 만든 트라이시클이 대부분이고 버스, 택시, 지프니 등을 이용하고 있었다.
공무원 70%가 여성 차지
행정기구는 시장과 부시장이 선거직이며 부시장이 의회 의장을 겸임하는 것과 국선변호사가 시청에 상주 근무하는 것이 조금 특이한 점이었고 공무원은 비정규직 포함 약 250여명인데 70% 정도가 여성공무원이었다. 의회는 10명의 시의원이 매주 월요일 간담회를 개최해 안건을 처리하고 19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의원 전원이 출석해야 회의 진행이 가능하고 불갑산상사화축제 초청과 의원간의 교환근무도 요청했다. 마침 점심 때가 돼 의원들과 같이 뷔페식으로 차린 필리핀 음식을 먹었다. 대부분의 음식은 우리 입맛에 좀 짜고 달다. 그리고 슈만, 다마니스와 같은 떡 종류의 음식이 많이 있다. 하지만 맛있게 먹고 필리핀어로 마사랍(masarap 맛있다) 했더니 의원들이 좋아했다.
신호등 없이도 수신호로 통해
밖에서 트라이시클(오토바이) 부릉 ~부릉 소리에 눈을 떴다.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로사리오시청 공무원이 안내차 숙소를 방문했다. 이곳 시청업무는 오전 8시 시작해 오후 5시면 마무리 된다. 시내 풍경은 바쁘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도로에는 트라이시클, 지프니 등이 신호등 체계가 구성돼 있지 않아 수신호로 다니지만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편리하게 트라이시클을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착 다음날인 5일부터는 시청 실과를 방문해 실과 현황을 파악했다. 먼저 농정과를 방문했다. 한참 하루 일과를 시작하느라 모두가 분주하다. 로사리오시의 농지경작 면적은 1만2,163㏊로 거의 수작업으로 농사를 짓고 있었다. 집집마다 거의 사육할 정도로 돼지를 가장 많이 사육하고 있고 그 다음이 닭이라고 한다. 농산물은 쌀, 옥수수, 코코넛, 채소 순이었다.
쌀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락
특이한 점은 옛날에는 필리핀이 쌀 수출국이었으나 지금은 쌀 수입국이 됐다. 이러한 현상은 수리시설이 부족하고 농수로가 정리되지 않아 휴경지가 많기 때문이라 한다. 쌀은 생명산업이라고 하는데 땅의 소중함을 모른 것 같아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또한 농업장려책으로 닭 5마리 보급후 1년뒤 10마리 상환, 돼지 1마리 보급후 1년6개월뒤 두마리(15㎏) 상환, 종자보급, 비료 무상보급사업을 시행하고 있었다.
행정과에서는 시민취업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학사증을 발급, 해외 및 타지에 취업을 지원하는 시책을 추진하고 민원실에서는 1일평균 8.67명의 출생신고, 1.40명의 사망신고, 2.29명의 혼인신고를 처리하고 기획발전부에서는 바이오가스 플랜트 프로젝트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정책 실천 돋보여
이 사업은 돼지의 분뇨를 이용한 바이오가스 에너지를 만들어 그 마을에 에너지를 충당하고 남은 에너지는 저장장치를 통해 저장했다가 인근 마을에 보급한다. 저장시설과 배관을 둘러봤으나 기술적으로는 아직 미흡했다. 하지만 바이오가스로 가스렌지를 이용하고 가로등을 밝히는 등 지금까지 270세대에 보급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시설만 보더라도 친환경적인 정책을 먼저 실천하는 국가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8일은 서민들의 마을축제인 피에스타가 있는 날이다. 피에스타는 동네축제인데 각 가정들이 음식을 차려놓고 친척, 친구, 동네사람들 할 것 없이 이집 저집을 방문해 집안에 차려진 음식을 먹는 축제문화다.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필리핀의 모든 사람들이 이날 만큼은 친척, 부자와 가난한 자들이 모든 대문을 열어놓고 모든 사람들이 함께 나누는 의미있는 날이다. 축제때 의장 사열 선물 감동
우리도 축제에 참여를 했다. 줄다리기, 발루세보(밤부나무 오르기), 맥주 빨리 마시기대회에 참가해 시민과 함께 즐거움을 함께 나눴다. 여기서도 한국에서 온 우리들에게 의장 사열을 준비해 시민 모두가 환영해 줬다. 우리들의 인생에 잊지 못할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필리핀에서 맞는 토요일 오늘(9일)은 휴일이다. 아침부터 서둘러 로사리오에서 1시간 정도 걸려서 필리핀에서 유명한 해수욕장중 하나인 산 후안비치를 찾았다. 물은 바닥까지 보일 정도로 맑고 푸르기까지 했다. 우리 일행은 수영복 차림으로 바닷물에 들어가 몸을 담그고 헤엄을 치며 놀았다.
일요일(10일)에는 3개의 화산분화구가 있는 화산으로 활동중인 분화구도 있다. 분화구 크기가 한 도시를 형성할 정도로 크며 필리핀의 대표적인 관광지중 하나인 따가이따이를 갔다. 이는 분화구로 해발 700m 정도에 이르기 때문에 기후가 시원해 많은 사람들의 휴양지로 각광받는 곳이며 지대가 높아 각종 과일 농장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호수안 작은 섬에 또 다른 화산
따가이따이는 1572년 첫 폭발 이후 현재까지 40여 차례 폭발한 화산이며 분화구에는 호수가 있다. 그런데 그 호수안에 있는 작은 섬에 또 다른 화산이 있는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복식화산이다. 우리 일행은 호수를 보라보는 레스토랑에서 즐거운 점심식사를 하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숙소로 귀가했다. 오는 도중에 동료가 화장실이 급해 잠시 쉬어 볼일을 봤다. 필리핀에서는 남자들이 길가 어디에다도 소변을 볼 수 있는 특권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등을 돌리고 일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11일 월요일엔 로사리오시의 동중앙학교를 방문했다. 필리핀의 교육제도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학교 과정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초등학교는 동쪽과 서쪽으로 나눠져 있으며 한반에 35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하며 영어, 필리핀어, 수학, 역사, 문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수에 비해 교실이 작고 읽을 책이 턱없이 부족하며 특히 컴퓨터가 부족해 IT관련 교육이 매우 미흡한 실정이었다. 시의 경찰서는 총 36개 지소에 40명의 직원이 있어 시민수에 비해 경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이래서 치안이 더욱 불안한 것 같다.
영광학생 어학연수 유치 적극적
끝으로 어학연수 협의에 따른 대학교를 방문해 학교현황과 어학연수프로그램 프리젠테이션 및 시설을 둘러 봤다. 시설은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협소하고 교실, 구내식당 등도 빈약하고 노후한 실정이었다. 하지만 영광군 학생들의 어학연수 유치를 적극 희망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우리보다는 미흡하고 부족하지만 앞으로 어학연수는 지속적인 우호교류 기반을 다지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더욱 효과적인 교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치고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 상념에 잠겼다. 한 시의원의 말이 생각났다. ‘필리핀이 우리나라 6·25때만도 원조국가였는데 마르코스의 장기 독재집권과 부패한 위정자, 공무원으로 인한 필리핀은 40년동안 변함없는 나라가 돼버렸다’면서 잘사는 한국을 매우 부러워했다.
인류 역사상 미래에 대한 약속이 없고 혁신하지 않은 국가는 다른 민족에게 지배돼 흔적없이 사라진 현실에서 우리 국력이 세계로 뻗는 현장을 보고 가슴속에 스며드는 애국심으로 충만해 옴을 느꼈다. 처음 필리핀에 교환연수생으로 선정을 받은 후 필리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을 안고 출발했지만 현지에서 너무나 반갑게 환영해 주고 한국인과 같은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삶을 즐기는 선한 나라 필리핀
로사리오시청의 행정은 대체로 우리와 비슷하나 그 문화의 특수한 정책들은 신기로웠다. 각 실과에 방문해 현황보고를 받는데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느낄 수 있었고 항상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설명해줘 우리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열대과일 농장을 방문했을 때는 모든 유기농으로 키워 신선한 무공해 과일을 많이 시식할 수 있어 좋았고 축제에 참가했을 때는 시민 모두가 정말 즐겁게 어울리며 즐기는 모습이 후진국이지만 그때만큼은 삶을 즐기며 살아가는 선진국 사람들이었다.
이번 연수를 계기로 필리핀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그들은 삶을 즐기고 정이 넘치고 마음이 선한 사람들이었다. 또한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다. 필리핀은 인적자원이 많아 충분한 발전 잠재력을 갖고 있는 나라로 보인다.
대표집필 : 이영길 / 교육지원담당
저작권자 © 영광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