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너무 그립습니다”
“당신이 너무 그립습니다”
  • 박은정
  • 승인 2004.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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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당골 칭찬릴레이 - 장화순 씨 / 염산면
벌써 장마가 시작된 것일까? 빗길을 달려 사연의 주인공을 찾아 염산 봉남리 마을 입구로 들어서려는데 노란 비옷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마중을 나온 장화순(51)씨가 반가운 인사를 전한다.

불갑이 고향인 장 씨는 2남6녀의 셋째딸로 태어나 17살의 어린 나이에 친정아버지의 권유로 10년 연상의 남편과 결혼을 했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결혼 생활은 10년을 채 못넘긴 26세부터 남편의 결핵과 당뇨 간경화 등 합병증의 병수발을 시작하게 된다.

이 뿐이 아니고 남편은 날마다 술을 마시고 와 주정을 부리며 장 씨를 힘들게 했다. 이런 남편은 장 씨가 38세 되던해 2남2녀의 자녀를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났다. 닥친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세상을 남들보다 두배 세배 부지런히 생활해 나갔다.

낮에는 건축현장을 따라 다니며 일을 했고 밤에는 포도밭 식당에서 일을 하며 정신없이 살아 갔지만 남편을 잃은 슬픔과 빈자리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늘 힘들어 했다. 이런 장 씨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은 그에게 마을 부녀회장의 책임을 맡겼다.

그때부터 10년이 넘는 세월을 마을의 부녀회장을 맡아오며 마을일에 적극적으로 봉사한 그는 농협과 마을부녀회로부터 공로패를 받았고, 전라남도 부녀회와 영광군수로부터 표창을 받는 등 그의 공을 여러 곳에서 인정해 줬다.

마을 주민은 “그는 지난해부터는 염산면 새마을부녀회장을 맡으며 자원봉사활동과 불우이웃돕기 등 이웃사랑을 먼저 앞장서 실천하고 있다”며 “특히 재활용품수거를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적극적으로 추진해 면이 우수한 실적을 올리는데 공헌하는 등 매사에 솔선수범하는 그의 자세를 주위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 씨는 이런 공들이 인정돼 지난해는 염산면에서 선정한 칭찬릴레이 주인공으로 선정됐고 올 면민의날 행사에서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 장한어버이상을 수상했다. 장 씨는 “제가 마을 어르신들이을 챙겨드려야 되는데 어르신들이 먼저 저를 돌봐 주신다”며 “마을 어른들에게 잘해 드리지 못한 점이 늘 죄송하다”고 겸손함을 밝혔다.

대부분 봉사라함은 여유로움속에서 표현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 씨는 다르다. 어쩌면 본인이 지원을 받아야 할 형편일지도 모른다. 풍요속의 빈곤이 아닌 부족함속에서의 여유를 장 씨는 바르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남편이 팔 다리가 없이 벽에 기대만 있어도 좋겠다”며 “이제 아이들도 모두 자랐고 어
느 정도 살만한 세상을 홀로 맞이하려니 그렇게 속만 섞이던 남편이지만 참 많이 보고 싶
다”고 전하며 눈물짓는 장 씨의 슬픈 미소가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