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설립한 대한민국 최초 도자기 기업
1942년 설립한 대한민국 최초 도자기 기업
  • 박은정
  • 승인 2011.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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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정직한 ‘혼’ 담은 도자기 생산·사람중심 경영 창사 이래 오늘까지 노사화합 실현
향우업체 행남자기
영광읍 도동리 출신으로 한국 도자기 역사의 한 획을 그은 큰 인물로 지역의 자랑이 되고 행남자기 창업주인 고김창훈 회장.

김창훈 회장은 당시 남선합동전기회사(한국전력의 전신) 목포지점을 다니면서 애자를 구입하기 위해 일본을 오갔다. 그때 일본의 고급도자기를 보면서 깊은 관심을 가졌고 일본 도자기의 원조기술을 우리나라에서 전수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러던중 경제활동에 일찍 눈을 뜬 장남인 행남자기 2대 회장을 지냈던 고 김준형 명예회장과 ‘이제 우리 민족의 식기는 우리 손으로 만들자’는 생각을 굳히고 1942년 목포에 행남사를 창업했다.

호방했던 김창훈 창업주와 달리 소박하고 추진력이 강했던 김준형 명예회장은 즉시 일본으로 건너가 많은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도자기생산 기초기술까지 습득해 회사를 건립하는데 온 열정을 다 바쳤다. 우리나라 도자기산업의 최초 회사로써 처음 30여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행남사가 현재 600여명이 근무하는 회사로 발전하는데는 무엇보다도 김준형 명예회장의 열정적인 헌신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행남자기는 일본에 가르쳐 줬던 우리의 문화를 되찾고 조상들이 그토록 잘 일궜던 도자기 제조기술의 전통을 산업으로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꿈을 품고 우리 민족의 식탁을 위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행남자기’란 이름은 김창훈 창업회장 호 행원과 김준형 명예회장의 호 남강의 첫 자에서 땄으며 유달리 남녘땅에서 잘 자라는 살구나무에서 비롯됐다. 이는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초월할 수 있는 생명력이 있는 기업의 가치를 나타내고 있다.

고김준형 명예회장 직원사랑 한없어
창업초기부터 종업원과 똑같이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작업을 하고 숙식을 함께 하면서 행남자기를 이끌어 온 김준형 명예회장은 경영자라는 위치를 떠나 스스럼없이 호형호제하는 가족적인 회사분위기를 조성했다. 또한 6·25후 극심한 식량난으로 쌀값이 폭등했을 때는 종업원들에게 가족수에 차등을 둬 임금 이외에 1인당 하루 5~6홉씩 계산해 쌀을 배급했다.

이와 같이 함께 일하는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행남자기를 이끌어 온 ‘협심동력協心同力’을 탄생시켰고 행남자기 성공의 근간을 이뤘던 것이다. 또 사람중심의 경영은 창사 이래 오늘까지 노사화합을 실현해 가고 있다. 2010년에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고 노사발전재단을 통해 노사문화에 대한 전문가집단을 통해 선정되는 노사문화에 관한 최고 권위의 상인 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 넘어 해외로 시장진출 성공
1953년 국내 최초 양식기 개발, 1957년 국내 최초 본차이나 자체기술 생산에 이어 1963년 행남자기는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 시장확대와 기술혁신에 도전했다. 당시 도자기라고는 공예품 정도가 간혹 수출되는 실정으로 도자기 식기의 수출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또 국내 수출액이 통틀어 수십만 달러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이때 김준형 명예회장은 국내최초로 홍콩으로부터 5천달러의 주문을 수주했다. 전사원들은 사상 첫 수출 주문으로 희망과 흥분으로 가득찼고 이는 이후 수출 주도기업으로 성장하는 초석이 됐다.

현재 행남자기는 유럽 및 미주지역의 기존 유통채널을 통해 행남자기 현지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더불어 최근 한류열풍을 통해 성과를 보이고 있는 중국시장 수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현재 15개소인 중국 대형백화점내 행남자기 독립매장을 2010년 연내 30개소 이상으로 확대 설치했으며 거점지역인 북경과 상해지역에 1개소씩 행남자기 직영점을 개설할 계획에 있다.

도자기를 일컬어 ‘흙과 불의 예술’이라고 한다. 행남자기는 흙과 불의 예술을 조율하는 사람에 중심을 두고 정직하고 깨끗한 마음을 담아 제대로 된 도자기를 만들며 세계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1942년 고 김창훈 창업회장이 첫발을 내디딘 행남자기는 고 김준형 명예회장에서 김용주 회장으로 지금은 김용주 회장의 장남인 김유석 부사장이 4대째 이어가며 도자기산업의 역사를 잇고 있다.



인터뷰 / 노희웅 행남자기 대표이사
“사람이 디자인의 핵심가치”

행남자기의 디자인경영은 행남자기의 사훈 협심동력에서부터 시작된다.
온전한 마음가짐으로 정성을 들여 빚어야만 완성품으로 돌아오는 도자기와 같이 행남자기가 만들어 내는 도자기 제품의 가치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돼 음식을 만들어 담아내는 그릇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담아내는 소명으로 도자기의 디자인에도 사람의 마음을 담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세계인의 마음을 담는 글로벌 명품으로의 ‘디자이너스컬렉션’.
도자기 디자이너뿐만 아닌 세계적인 명성의 패션디자이너와 사진가, 인테리어디자이너가 참여해 글로벌 명품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이와 같은 작업은 국내 도자기업계의 디자인 트렌드로 자리잡게 됐다.

또 생산 초기부터 소비자의 참여를 통해 만들어 지는 프로슈머 브랜드를 도자기업계 최초로 도입한 UCC브랜드를 런칭했고 전통의 아름다움을 산업화된 제조기술과 접목시켜 대중적인 또 세계적인 전파를 목표로 전통자기 브랜드인 ‘고요’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는 행남자기 디자인의 핵심가치를 사람에 두고 이를 디자인의 중심으로 하는 경영을 확대해 나가고자 하는 행남자기의 의지다.


영광군민의날 행남효행상 제정 고향사랑
고 김준형 행남자기 2대 회장

1986년 제10회 영광군민의 날부터 총 16회의 수상자를 배출한 행남효행상을 제정한 행남자기 고 김준형 명예회장.

고 김창훈 창업회장을 도와 행남자기의 초창기 고속성장에 기여했던 고김준형 명예회장은 1914년 영광읍 도동리에서 태어났다. 고인은 김창훈 행남자기 창업회장의 아들로 한국 도자기업계의 산증인으로 불렸으며 지난 1998년 장남인 김용주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도 신소재 개발과 품질관리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퇴임이후에도 서울 서초동 본사와 목포공장으로 출근해 본차이나, 뉴세비앙 등 시장상황에 맞는 고급도자기 소재개발을 독려하는 등 행남자기가 프리미엄급 도자기의 반열에 올라서는 데 마지막 공을 들였다.

고인은 1998년까지 대표이사와 회장을 맡으면서 행남자기를 키웠고 1960년대 후반에는 홍콩을 시작으로 미국에 수출을 시작하면서 로얄달튼, 노리다케 등이 장악하던 전세계 도자기시장에서 한국브랜드를 알렸다.

지난 1963년에는 노동조합을 결성하는데 직접 나섰고 회장직역임 내내 신입사원의 경조사까지도 전부 참석하는 등 직원들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 마음이 따뜻한 기업가로 지금도 기억되고 있다.

박은정 기자 ej095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