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환 / 해룡고 교사
나는 중학교 2학년 시절 어느 가을, 서산의 황혼을 보며 운동장에서 교육장기쟁탈 시합을 앞두고 축구부의 일원으로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 머리에 한번도 생각지 않았던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갈까’라는 것이 긴장감으로 밀려왔다. 이대로 계속 운동을 할 것인지 아니면 공부를 해야만 하는 것인지…. 이 때의 생각은 어린 나에게 시급히 해결해야 될 과제처럼 다가왔다. 어떻게 해야할까를 생각하다가 현실적인 물음이 떠올랐다.
먼저 축구를 계속한다면 나의 역량은, 그리고 나머지 집에서의 뒷받침이 가능한가였다. 체격과 기량이 좋다고 평가를 많이 받았지만 집에서의 협력조건이 되지 않았다. 어린 생각에도 실력도 중요하지만 후원과 지원없이는 대성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공부에 열중했다. 그리고 계속 노력하는 학생이 돼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나의 고등학교 신입생 시절은 모든 것이 자신만만하고 도전해 보는 정열의 시간이었다. 미래의 꿈은 육군 보병 소대장이었다. 이것은 당시 우리 사회에서 공동체에 대한 공정한 룰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학창시절을 시작했다.
지금도 제일 기억나는 시간은 1학년 5월이다. 국어시간의 민태원 선생님이 들려준 <청춘예찬>은 나의 심장을 뛰고 멈추게 하도록 만들었다. 그 중에서 가장 숨을 멈추게 하는 문장은 ‘청춘! 너의 두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과 같이 힘 있다’ 바로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청춘의 열정이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청춘의 열정과 지적갈증으로 실장, 총학생회장 등을 맡아하며 미친 듯이 세상의 삶의 답을 찾기 위해 몸부림 쳤다. 시간은 흘러 대학에 진학해 가장 좋아하던 학과를 전공하고 ROTC를 지원해 학창시절 나의 첫번째 꿈인 보병 소대장을 지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초·중·고등학생이 된 신입생 여러분!
의미있는 학생시절이 되려면 분명한 꿈을 갖고 하늘에 널려있는 여러분만의 이상을 잡아야 한다. 한번 흘러가면 다시는 오지 않는게 시간이다. 자기와 긍정적으로 싸워야 한다.
신입생은 초승달이고 초승달은 차오르는 꿈이 있다. 꿈이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는 그 시기에는 잘 모르지만 자기만의 구체적 꿈을 갖고 정진한다면 그 추억은 절대로 남의 것이 될 수 없다.
여러분의 청춘시절이 거친 파도가 돼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그것을 토대로 타인에게 배려하는 인류의 행복전도사가 되길 바란다.
인생은 길다. 얼렁뚱땅 학창시절을 보내면 남은 시간들이 미움과 하소연으로 남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본인이 생각한 정답을 향해 황소처럼 뚜벅뚜벅 걸어가길 바란다. 그러면 멋진 인생이 저 편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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