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으로 피어난 설화와 안개가 그리운 산
바람으로 피어난 설화와 안개가 그리운 산
  • 영광21
  • 승인 200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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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 - 소백산 국립공원 1,439.5m
소백산 국립공원은 충북단양군과 경북영월군 일대에 걸쳐 있으며 총 면적 322.383㎢로 이중 단양군 지역이 148.188㎢를 경유하고 있다. 소백산은 1987년 12월14일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9개의 산봉우리를 비롯해 6개의 계곡을 갖추고 있다. 죽령산신당을 비롯 천연기념물인 주목군락지 소백천문대 등이 있다. 그런가 하면 148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공원시설로는 관리사무소와 야영수영장 등이 있다.

소백산엔 주목이 일품
주목은 땅의 기운을 제일 많이 빨아들이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주목 지팡이를 만들어 짚을 때마다 땅의 기운이 손을 통해 몸안으로 들어와 질병을 막아주어 무병장수 할 수 있게 한다는 얘기가 전해져 온다. 죽은 둥치나 가지가 햇살과 바람을 받아 하얗게 색이 바래져 백골처럼 천년을 견디며 창공에 뻗어 있는 모습은 정말 신비하기 그지없다.

죽령고갯마루엔 안개만이 넘나들고
죽령고갯마루에 있는 죽령주막에서 수통에 물을 담고 등짐진 옛 보부상들은 이 고개를 올라와 이곳에서 주모에게 걸쭉한 농담한마디 건네며 탁베기 한사발 들이켰을 옛 선인들을 생각하면서 지금은 인적조차 없다고 주막주인은 말한다. 국립공원 소백산 관리사무소 죽령매표소 앞에서 미리 올라와 기다리고 있는 일행을 만나 남부관리 사무소로 이동하는데 짙은 안개 때문에 연화봉에 위치한 소백산 천문대까지 1차시도 하기로 했으나 포장도로로 7.2km나 이어진다.

이어서 비로봉을 향해 안개속으로 걸음을 옮긴다. 푸르다 못해 거무스름해졌을 산의 신록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날만 좋았다면 분명 소잔등처럼 부드러운 주능선을 한몸에 잔뜩 품어보았을 것이다. 지금은 겨우 한치 앞만 바라보며 길을 따라 걸어야 했다. 부드러운 주능선은 거의 오르내림도 없이 수월하게 이어진다. 단지 능선을 경계로 단양과 영주를 넘나드는 안개탓에 머리카락이 흠뻑 젖어든다.

머리카락을 흠뻑 적시며 1,395m봉 아래 헬기장에서 일행이 가져온 커피를 나눠 마시며 “겨울철 소백산의 주능선은 바람으로만 기억된다”고 입을 모았다. 내륙으로부터 불어오는 한겨울 북서풍을 정면으로 막아서는 것이 바로 소백산이라고, 그래서 겨울 소백산을 한번 다녀간 사람은 바람과 그 바람으로 인해 피어난 설화를 잊지 못한다. 오늘 그 바람이 그립다. 이 자욱한 안개를 몰아갈 그 바람이 그립다.

산행길잡이
죽령 ∼ 연화봉 ∼ 비로봉 ∼ 국망봉 ∼ 초암사 - 18.6km
소백산의 능선은 그 높이가 1,400m에 달하지만 어느곳을 들머리로 삼아도 2∼3시간이면 올라설 수 있다. 일단 주능선에 올라서면 능선길은 부드럽고 평탄해서 편하게 산행을 할 수 있다. 또한 5∼6월경에는 주능선을 중심으로 진달래와 철쭉꽃이 만계해 장관을 이룬다. 영주쪽에서는 어느 코스를 택하든지 하루 일정으로 산행이 가능하다.

희방사 희방폭포
풍기에서 5번 국도를 이용해 10여분을 가면 죽령을 오르기 전에 북쪽의 계곡이 희방사 계곡이다. 매표소를 지나 조금 오르면 주차장이 나오고 이곳에서 20여분 올라가면 영남제일의 희방폭포가 보인다. 희방폭포는 소백산 연화봉 밑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몇 굽이돌아 이곳에서 폭포를 이루어낸다. 높이 28m의 시원한 물줄기는 영남 제일의 웅장한 폭포다. 희방폭포위로 300m쯤 오르면 희방사가 반긴다. 희방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 두운조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김종일 / 서해산악회 전회장